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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Vancouver, 2012

골든 록키 그리고 경쟁사회

캐나다 록키는 여행을 좋아하는 미국사람들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랍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곳에는 습지부터 빙하까지 광범위한 기후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자연환경을 하나의 공원 안에서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록키는 계절마다 다른 모양을 갖고 있어서 마치 북측에 있는 금강산이 계절마다 다른 이름을 갖는 것처럼 록키 역시 계절마다 다른 수식어를 갖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가을의 록키를 골든 록키(Golden Rockies)라고 합니다.


침엽수림이 주요 산림인 이곳에 활엽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가을이 되어 노랗게 단풍이 들면 비로소 갑자기 황금으로 치장한 듯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 이곳의 산에 수목한계선이 분명이 드러나고 그 선 위의 산은 아무런 식물도 살지 않는 거대한 기암괴석이나 모래 자갈 뿐이기 때문에 이런 황량한 모습과 대조되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침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는 상대적으로 저지대에는 또 다른 특징을 드러냅니다. 숲을 자연상태로 유지하는 이곳의 산림 관리원칙에 따라 빽빽하게 들어 찬 나무들이 서로 햋빛을 차지하기 위해 위로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빛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말라죽은 가지들로 뒤덮여 있고 심지어는 경쟁에 살아남지 못한 나무들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가을의 골든 록키를 바라보며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말라죽는 나무들을 보며 잠시 한국의 과열 경쟁사회를 생각했습니다. 이 나무들처럼 오직 '적자생존'이니 혹은 '강한자만 살아남는다' 등의 말로 학생들을 다그치며 공부하게 만드는 과열 경쟁사회는 결국 이 숲처럼 다수를 죽이는 어리석은 사회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경쟁을 마치 최고의 선인양 믿고 살아가는 우울한 사회일 뿐 아니라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아남은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자연보다 더 악랄한 경쟁사회입니다. 이 숲은 결국 살아남은 다수가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지만, 인간 세상의 경쟁은 승자가 경쟁을 차단시킨채 독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