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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Vancouver, 2012

Surrey Christian School을 다녀와서

오늘은 낮에 잠시 Surrey에 있는 크리스쳔 스쿨의 세컨더리 캠퍼스(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에 다녀 왔습니다. 이곳에 와서 비교적 초기부터 그곳의 교장선생님과 친구가 되었는데, 참 존경스런 분입니다. 그분과 만날 약속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이분과의 만남이 내 교육자 생활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만들었습니다. 군산 회현중학교의 이항근 전 교장선생님도 존경스러운 분입니다(이분 이야기도 한번 쓰고 싶은데...). 그런데 나라와 그 환경이 달라서 그런지 이분은 또 다른 측면에서 존경스럽습니다.


아들이 그 학교의 ESL과목의 보조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영어가 자유롭지는 않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곳의 한 대학에서 ESL과정을 마치고 이번 학기에는 정규 수업을 듣기 시작한 아들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할 일을 찾은 것입니다. 다행히 이 학교에 한국에서 이민오거나 유학온 학생이 제법 많은데, 초기에는 영어가 거의 안되기 때문에 영어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하는 자원봉사자가 온다니까 그 선생님도 좋아 한다는군요. 아무튼 그런 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이 학교를 주차장에서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검은 벽이 체육관이고 정면이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선생님은 잠시 자원봉사 일에 대해 사무적인 일을 이야기 하신 후 바로 학교 소개를 시작합니다. 학교를 돌아보며, 특히 수업 중인 교실들을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1969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던 이 학교는 어느새 50년이 된 학교랍니다. 이 학교의 외국인 학생 중 거의 대부분은 대만, 한국, 중국 학생들이라는군요. 


학교를 둘러보며 각 시설이나 방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소개해주더군요. 처음 들어간 곳은 음악교실로 기악실습 중이었는데, 선생님이 한국계 이민자더군요. 어려서 부모를 따라 이민온 분인데, 장애가 있어서 한국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부모가 캐나다 이민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자랐다면 멸시와 천대를 받거나,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끌어가기 쉽지 않았을 그가 이곳에서는 캐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입니다.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이곳에 와서 새로 사귄 거의 유일한 한국인 이민자 가정이 있는데 그분들도 작은아들의 건강 문제로 이민오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음악선생님을 보니 그 아이도 이렇게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도 생기고, 또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이들의 교육 시설 중에는 Learning Assistant Room이 있는데, 아까 그 음악선생님처럼 장애가 있거나 혹은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학습실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대학에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시설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북미의 교육철학에서 배울게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전 미국의 플로리다주에서 경험했던 것인데, 그들은 일반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받으면 3명당 한 학급운영비에 해당하는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학교들이 장애학생을 서로 많이 받으려고 하더군요. 이를 통해 장애학생들이 일반학생들과 함께 교육받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발견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점심식사를 주로 해결하는 장소인 카페의 운영을 학생들이 자율로 하는데, 개학 초기라 운영하는 학생들이 어느 학부형으로부터 커피 내리는 법과 같이 실제 운영기술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교육방침이 자율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관심이 있기 때문에 구석구석에서 바로 그것을 연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 학교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기독교 세계관을 교육에서 실천하는 신앙의 장이기도 합니다. 모두 기독교 정신으로 교육하는 대학에서 공부하여서 그 기반이 만들어진 분들이 교사로 온다고 하는군요. 오늘 이분은 제게 여러 권의 책을 주셨습니다. 틈틈히 읽어 나의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가까운 교인들 중 교사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소그룹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