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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Vancouver, 2012

공정무역과 유기농, 정직한 가격 그리고 인권

나다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이런 특징은 국제 난민들이 가장 선호하며 또 칭찬하는 나라라는 사실만으로도 잘 드러납니다만 이것 만이 아닙니다. 공정무역 상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유기농식품이 흔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정직합니다. 유럽 국가에서 살아 본 적이 없으니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국과 비교하면 마음에 작은 소용돌이가 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내가 사는 동네의 슈퍼마켓인 Marketplace IGA라는 곳에 들어가면, 왼편으로 유기농(organic) 코너가 넓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채소는 일반 상품과 유기농 상품이 거의 대등하게 비치되어 있고 과일이나 양념류 역시 많은 종류의 유기농 상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이 유기농코너의 상품 중 상당수는 공정무역상품입니다. 사진에도 있습니다만, 커피의 경우에는 아예 유기농·공정무역 상품이 아닌 것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한가지 이들이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 매우 정직하다는 점입니다. 커피의 경우 유기농 공정무역커피가 이미 대중화 되어 일반 커피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특히 유기농 커피끼리 비교하면 공정무역커피가 일반 커피에 비해 불과 10% ~ 20% 정도 밖에 비싸지 않습니다. 내가 이곳에 와서 즐겨 마시는 Salt Springs Coffee는 적어도 내 입맛에는 다른 어떤 커피보다 더 전문적인 커피이고 풍미가 더 뛰어나는 데도 가격은 유명 상표의 일반 유기농커피보다 오히려 더욱 저렴합니다.


이들이 가격을 정직하게 매기는 것은 옷을 구입할 때도 발견합니다. 보통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 의류를 한국보다 반 이하의 가격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격을 붙이는 방법이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정할 때 브랜드 가치를 기준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니 그 상품을 어디에서 얼마를 들여서 생산했느냐는 관계 없이 상품가격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내가 여러 가지 경우를 추정해 보니, 이들은 그 상품의 브랜드에 관계 없이 그상품이 어느 것에서 만들어졌느냐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즉 생산비가 적게드는 국가에서 생산하면 그 국가의 노동비용에 기초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이런 의식, 문화는 그 기원이 인권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밴쿠버 섬의 빅토리아시에 있는 주정부 의사당 앞에는 한국전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는 해외참전용사탑이 있습니다. 밴쿠버시내에 있는 유명한 퀸일리자베스공원에서도 공산치하의 헝가리에서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자들을 기리는 나무와 기념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위험한 곳에서 인권과 환경 운동을 하는 그린피스가 이곳 밴쿠버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 역시 이곳에 올 때까지는 몰랐으니까요.


이곳에서 만난 60쯤 된 한 캐나디언은 자기가 어렸을 때 교회에서 한국의 가난과 어려움 극복을 위해 기도했었는데, 그런 한국이 지금 이렇게 살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신기해 합니다. 내 눈에는 이 모든 사실들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아마 기독교정신이 삶에 깊이 뿌리 내려 있다는 사실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