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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Willoughby Church

유아세례 장면에서 2

오랫만에 윌러비교회 이야기를 올립니다. 오늘도 유아세례 장면 때문에 글을 시작합니다. 지난번 글에도 유아세례 장면에 대해 쓴적이 있지요.(http://alafaya.tistory.com/217) 


오늘도 유아세례가 있었습니다. 어김 없이 오늘도 리즈목사가 함께 참여하고 싶은 아이들은 나오라고 하니까 5~8세 정도의 10여명의 아이들이 나갔습니다. 둘러선 아이들에게 무얼로 세례를 주는지 아느냐고 하니까 누군가가 물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목사는 아이들에게 성경에서 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알면 말해보라고 하니 한 아이가 모세를 물에서 건졌다는 이야기를 말합니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리즈목사는 아이들에게 모세, 요나, 노아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예수님으로 넘어갑니다. 예수님과 물에 대해 묻자 또 한 아이가 세례받으신 이야기를 대답했고, 리즈목사는 이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세례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세례 후에는 아이들이 세례수를 만져보기도 하고 또 함께 손을 뻗어 세례 받은 아기를 위한 축복 기도를 합니다.


아마 내가 늙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신앙이 전수되는 과정이 너무 부럽습니다. 이미 다 자란(막내가 한국에서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나와 함께 이곳에 와서 이곳 대학에서 1년간 수학 중입니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내 아이들의 신앙교육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우리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분란으로 당시 사춘기였던 둘째가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 걱정하고 있는 내 현실이 대비되어 부럽기만 합니다.(내 아이들의 신앙을 생각할 때면, 그래서 항상, 눈물이 납니다)


또 한가지 오늘  윌러비교회에서 목격한 장면은 회중 대표기도를 고등학생이 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교육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발표능력을 길러주는 방식인 탓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어른들 앞에서 대표기도하는 그들의 교육, 특히 신앙교육이 또 부러웠습니다. 이들은 예배 중에도 많은 실험적인 방법을 도입합니다. 오늘은, 사실 영어가 짧아서 마크목사가 왜 그렇게 하자고 요구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모든 예배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밖으로 둥그렇게 둘러서서 어깨동무하고 찬양을 했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적고 싶은 이들의 예배에서 호감이 가는 부분은 예배를 시작할 때는 모든 가족이 다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입니다. 찬양이 끝나고 헌금시간이 시작될 때 비로소 아이들은 주일학교로 옮겨 갑니다. 학생회(youth group)과 청년부(young adults)는 저녁에 따로 모임을 갖고 예배는 장년 예배와 함께 드립니다.(요즘은 휴가철이라 예배 참석자 수가 많이 줄어서 300여명이 출석했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3가지 축을 가정, 교회, 교육으로 보고 있는데, 가족이 함께 예배함으로써 이를 연습하는 것이지요. 또 이런 다양한 실험을 위해서는 교회 규모가 너무 크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자연스럽게 교회를 분립합니다.


물론 한국에도 이런 교회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한국에서 출석하는 교회도 목사님이 철저하게 성경중심의 설교를 하시기 때문에 많은 도전을 받고, 또 내 신앙을 바로 세우는데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목사님의 뜻이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다른 한국 교회들 대부분처럼, 교회 특유의 조직 논리로 움직여 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이 교회가 더욱 신선하게 느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올해는 내게 중요한 때입니다.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기 위해 갖는 안식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런 고민에 한국에 귀국하면 어떤 교회에서 어떤 신앙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진설명: Fort Langley에서 프레이저강 건너편 섬에 있는 교회가 너무 예뻐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찾아가 보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1850년 경에 이곳 원주민들을 위해 세워진 교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