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평화를 말해야 할 때입니다.
천안함이 원인미상의 사고로 침몰하고 수많은 꽃 같은 목숨들이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자꾸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니 많은 국민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몇 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심리입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평화를 말하자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불안의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북한의 소행이라고 했다가 또 다시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설명 때문입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 말을 앞세우면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감정으로 처리한다는 인상을 받는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마치 역할을 분담하여 한쪽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슬그머니 아니라고 하는 모습은 자꾸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의혹이 커지면 당연히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불만이 커져 우리 가운데 평화가 사라집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제기되는 의구심에는 답하지 않고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이 기정사실로 몰아갑니다. 그래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금방이라도 간첩이나 북한 동조세력으로 몰아갈 기세입니다. 이렇게 되면 입을 다물게 하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의구심은 오히려 확신이 되어 현 정권과 언론 등 기성사회에 대해 적개심은 더욱 증폭됩니다. 이렇게 또 한 번 우리 가운데 평화가 사라집니다.
말과 눈을 막고 있습니다. 외국인 조사단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그들의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게다가 피해자 유가족의 조사단 참여나 현장 검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물론 갖가지 정보를 없다고 속이거나 쓸모없는 정보만 일부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면서 군사기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미 더 이상 드러나서 문제가 될 군사기밀은 없는 것 아닌가요? 한미 양군이 많은 장비와 군사력을 동원하여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훈련 중에 당한 일이라면 말입니다.
이게 또 문제입니다. 한미 양군이 훈련 중에 당한 공격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안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의 군대에 그 많은 세금을 갖다 바치고 우리 아들, 형제들을 군대에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해바다였지만 언제 우리 동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또 그런 군대에 앞으로도 계속 우리 아들, 형제를 입대시켜야 한다는 게 더욱 불안합니다.
이런 불안의 정점은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응징이라든가 보복이라는 발언입니다. 군대에 가지 않은 대통령, 여당(한나라당) 원내 총무, 국무총리 등이 모여 있는 현 정부가 자꾸 전쟁을 암시하는 듯 하는 발언을 한다는 게 너무 불안합니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자들이 전쟁의 두려움을 모르고 저지르는 무모한 짓 때문에 또 다시 두려운 상황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 말입니다. 북한의 철부지들 역시 금강산의 재산몰수와 같은 강경수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더욱 더 평화를 말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각이 집권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계속해서 말해야 합니다. 보복이나 응징을 말하려면 스스로 먼저 총을 들고 자식들을 군대에 다시 입대시키라고 해야 합니다. 이것은 최근 터진 검사 향응사태와 같이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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