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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이명박 정부 5년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광우병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무분별하게 수입하도록 한 한미 간의 소고기 협상 결과를 놓고 국민의 약 80%가 반대하면서 이대통령은 취임한지 2개월 만에 얼리 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심각한 권위상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김영삼정부가 결국 IMF사태로 끝났듯이, 우스갯소리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비극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여당은 진지하게 반성하고 하루빨리 방향전환에 나서야 합니다.

이 국민적 저항의 직접적인 계기는 소고기 수입에 있습니다만, 사실 이런 징조는 취임 전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장관임명 때부터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비난을 받더니 이런 일은 보좌관임명 때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대운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반대가 심하면 이리 저리 말만 바꾸는 과정을 지켜보면 문제가 부각되어 소란스러워지면 아닌 것처럼 꼬리를 내리다가 슬그머니 말만 바꾸어 다시 밥상에 올려 놓는 일을 목격합니다. 이런 태도가 국민을 철저히 우롱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극한 저항이 시작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어도 한번 한다고 한 것은 한다는 CEO식 국정운영은 결국 소고기 수입파동으로 극적인 신고식을 시작했습니다. 몇몇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만 광우병 위험 소고기는 물론이고 광우병 위험물질까지도 무제한으로 수입을 허용할 뿐 아니라 검역주권은 물론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처리권한까지도 모두 미국에 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는 협정의 토대가 이미 취임 전에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그 내용과 실익이 확인되지 않은 한미FTA를 위해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을 팔아 넘겼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분노한 국민들이 특히 선택권을 완전히 박탈당한 10대 청소년들이 촛불시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나는 이 과정을 보면서 지난 대선 때 가까운 친지들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나 전율하였습니다. ‘이후보가 당선되면 6개월 내에 레임 덕이 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이것이 내가 반대하는 후보가 잘못되는 것이니 기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그런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채우는 동안 결국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결딴나, 김영삼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외환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로 끝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부탁입니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십시오. 국가를 두 번씩이나 위기에 빠뜨린 정당이라는 오명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소수의 이해집단이 만들어낸 왜곡된 보고서만 외우지 말고 전체 그림을 꼼꼼하게 살펴서 정책을 수립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파동에서 그리고 대운하보고서에서 수도 없이 확인되었듯이 보고서는 돈 주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데로 만들어집니다.

얼리 덕(early duck): 이 대통령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의미하는 얼리 버드와 권력자의 임기 말에 나타나는 권력누수 현상을 의미하는 레임 덕의 합성어로 일찍부터 레임 덕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의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