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음악*사진&생각

울지 않는 늑대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출판

 

캐나다의 작가이자 자연학자인 팔리 모왓이 쓴 논픽션 소설.

늑대가 순록 떼를 도살한다는 믿음이 거짓된 것이라는 점을 고발하고 있는 소설이다.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주인공은 캐나다 북부의 불모지대에서 늑대와 순록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로서 1년여 동안 늑대를 관찰하며 생활한 기록을 위트를 곁들여 기록하여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는 원래 동물에 대한 풍자를 쓰려고 했었다고 서문에 밝힌다. 그 동물이란 다름 아닌, ‘관료라고 하는 인류의 특이한 돌연변이와 과학자라고 하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제사장들이다. 그런 글을 쓰는데 늑대는 조연이었지만 서서히 주연이 되어버렸다고 넉살좋게 이야기함으로써 이 소설이 전적인 논픽션이 아니라 상당부분 소설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주인공은 오랜 시간 늑대들 가까이 살면서 늑대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관찰을 실시하며 이를 기록한다. 특히 중간에 등장하는 원주민(인디오)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현대 문명을 교묘하게 비꼬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단호하게 늑대에 대한 거짓된 믿음들을 부정하고 있다.

캐나다 북쪽지방에서 늑대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신빙성이 있는 자료는 없다. 그런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만한 상황은 틀림없이 많았겠지만 말이다(217)”

순록을 떼죽음으로 몰아넣는 것도 단 하나의 순록 머리를 노획물로 간직하기 위해 수 십 마리를 사살하는 사냥꾼들이지 늑대가 아니라는 점도 고발한다. 더 많은 순록을 사살하여 가장 나은 머리를 확보하기 위해, 오직 먹잇감용으로 극소수의 순록을 사냥할 뿐인, 늑대를 경쟁자로 여기고 독극물로 학살하는 정부. 지방정부의 소득 증대용 관광정책과 이를 묵인하는 중앙정부가 공범이 된다.

또 주인공은 인간은 아무 생각 없이 동물 학살을(다른 인간을 포함하여) 자행하는 때와 곳마다, 자기들이 죽이는 대상에 대하여 가장 악독하고 혐오스러운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종종 자기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해왔다. 학살의 명분이 모자랄수록 흑색선전은 더 심했다(223)”고 한탄한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바와 같이 정치적 적이나 심지어는 세월호사건의 희생자를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빨갱이,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는 자들의 행동은 꼭 이를 닮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늑대 굴에 들어갔다가 안에 늑대가 있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뒷걸음질로 나온 뒤, 자신이 경험한 그 두려움이 근거 없음을 깨닫고 이렇게 고백한다.

그 여름 내내 늑대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나 스스로에 대해 배운 것들을 얼마나 쉽게 망각했으며 얼마나 간단하게 부인했는지 깨달으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233)”

우리는 이렇게 한심하다. 경제위기나 안보를 내세우며 누군가를 빨갱이로 몰아가면 우리 사회는 또 그렇게 숨죽이며 과거의 경험을 저장하고 있는 뇌가 순식간에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