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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사진&생각

태풍이 지나가고


몇 주전 일본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관람했다. "바닷가마을 다이어리"에서 살짝 맛보았던 느낌을 다시 보고싶었다. 당시의 느낌에 확신이 없었고 또 바닷가 마을의 풍경에 빠져 좀 둔해졌던 까닭도 있으나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해졌다.


물론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 작품은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닌 법이어서 한국어판을 번역한 분들의 노력에 대해 왈가와부할 것은 아니지만, 내 감상으로 볼 때 완전히 오역한 작품이다.


바닷가마을 다이어리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감독의 작품들에 내재된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일본이 지난 1991년부터 겪고 있는 장기불황이 얼마나 일본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를 유지해오던 아버지라는 존재 (경제를 책임지고 그래서 책임감있고 무게있는)가 어떻게 무참하게 몰락하고 있는지를 담담하게 드러내는 영화이다.


이영화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자랄 때만 해도 경제여건이 좋아서 작가라는 꿈을 가졌지만 장기불황으로 작가의 생활을 빙자하여 떳떳하지 못한 돈벌이에 나섰으며, 그 한을 도박을 통해 한방으로 해결하려는 쓰레기 인생을 산다. 물론 부인에게 이혼당한채 전통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의 이미지는 상실한채... "바닷가마을 다이어리"에서는 다른 여성과 동거하며 낳은 또 다른 딸을 소재로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목이 "바다보다 더 깊은"이었을텐데 번역자들이 갑자기 이를 표면적인 소재인 꿈과 관련된 영화로 둔갑시켜 버렸다. 그러다보니 제목도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도 이런 장기불황의 초입에 서있다는 점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