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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사진&생각

전북이 사라진다

요즘 몇 권의 책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인구절벽(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 해리 덴트 지음)이라거나 지방이 사라진다(지방소멸, 마스다 히로야 지음)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인구증가는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그동안 망각하고 살아왔던 이런 사실들이 갑자기 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망들이 옳다면 전라북도가 사라지는 것은 글자 그대로 시간문제일 뿐이다.



아직은 고령화로 인하여 평균수명이 늘어나 인구감소가 심각하지 않지만, 얼마 안 있어 인구감소가 시작되면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장기간 낮은 상태를 유지했던 출산율로 인하여 청년층 인구가 감소한데다 청년들이 대도시로 나가는 유출이 겹쳐서 도내 신생아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감소를 막으려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과 별개로 청년층 인구감소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다시 출산율을 높인다 해도 인구증가로 나타나기까지는 30년 이상이 지나야 한데다 현재의 합계출산율 1.2수준을 2.1수준까지 끌어 올리지 못하면 인구는 감소속도만 느려질 뿐 감소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도내 고등학생들이 도내 대학에 진학할 때 특별 장학금을 지원하자는 주장을 하려고 한다. 나는 20여 년 전 도내의 교육기관들이 전북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지역 인재들은 타지역의 대학으로 보내고 대신 타지역의 인재들을 도내 대학의 교수로 영입하여 이중 인재풀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청년인구이다. 청년인구가 도내에 머무르면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부모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게 되므로 육아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어들어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이곳에서 대학을 나온들 취업이 어려운데 장학금으로 유인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구조는 전형적인 고용 없는 성장구조이다. 1,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지 않는 한 신규고용은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고 앞 세대를 은퇴시키고 청년을 고용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위에 끼우는 어리석은 일이다. 결국 어느 대학을 나오든 취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심지어 장기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며 유학을 보냈던 자식도 돌아와서는 비정규직 신세이다.

 

우리는 취업이 아닌 창업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청년들이 취업에 목을 매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 되는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창업 중에 가장 안정적인 것은 가업 승계이다. 그러나 많은 사업가들이 제조업을 못해먹겠다는 말을 하며, 많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부평에서 알짜 중견기업의 경영진인 친구에게 들은 말이 있다. 중국이 인건비가 싸다고 현지 공장을 설립했는데 얼마 안 되어 철수했다고 한다. 인건비는 삼분의 일 수준이었지만 전체 비용은 오히려 더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현실이 사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맞는 말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또한 기업가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이 창업교육이다.

 

이제 지역사회가 청년들을 도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대학은 기업가정신을 훈련시키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 길이 전라북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