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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21세기의 기독교인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논란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논란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의 11월 월례회에서 내년에 열릴 WCC 부산총회를 주제로 연찬회가 열렸다고 합니다.(“복음주의, WCC 비판하지만 성공하길 바라”, 11월 10일*) 이 기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김명혁목사가 대독한 발제문을 통해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WCC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고 합니다.

“선교 과정에서 교회가 도구적인 기능으로서 실패를 하면, 하나님이 다른 도구(다른 종교 혹은 정치 해방운동)를 통해 사용한다는 WCC의 논리는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구원 역사와 인류 역사' 간의 구분을 제거했다”

또 지난 10월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독교사상연구원(최덕성 원장) 주최로 열린 WCC 토론회에서는 찬성 패널은 참석하지 않은 채 반대측만의 일방적 성토장이 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주최측인 최덕성원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역시 뉴스엔조이 기사("WCC 가입은 에이즈 환자와 동침한 꼴", 10월 9일 **)는 전합니다.

“최 원장은, WCC 홈페이지에 있는 문헌을 살펴본바 WCC는 복음 전도를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 통행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타 종교도 진리일 수 있기에 쌍방 통행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예수만이 구원(한다는 신앙)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넘어선 구원이 다른 종교에도 있다면 굳이 기독교를 믿을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략)
토론회가 끝날 즈음, 최 원장은 과격한 비유를 들며 WCC를 찬성하는 교단들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한국교회 내 5%도 안 되는 목회자들이 WCC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신앙무차별주의를 조장하고,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에이즈 환자와) 동침 자체는 쾌락을 주지만 곧 죽음을 맞이하는데, WCC에 가담한 목회자와 교단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WCC에 속한 영국·독일·미국·캐나다·네덜란드·호주에 있는 교회들이 사실상 죽었다"면서 한국교회도 다른 나라 교회처럼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의 생각이란 참 재미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WCC에 속한 영국·독일·미국·캐나다·네덜란드·호주에 있는 교회들이 사실상 죽었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요? 그분은 지금 많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한국 교회가 이미 사망 단계를 지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탄하는 말을 들어보기나 했는지, 그리고 들어 보았다면 왜 두 시각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져보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그렇게 여러 차례 읽었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가 어느 날 새로 읽는 도중이나 혹은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어? 그런 말씀이 있었던가?’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읽은 투투주교의 책속에서 바로 그런 말씀을 발견했습니다. [이사야 45:1-4]의 말씀입니다.

1 여호와께서 그의 기름 부음을 받은 고레스에게 이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그의 오른손을 붙들고 그 앞에 열국을 항복하게 하며 내가 왕들의 허리를 풀어 그 앞에 문들을 열고 성문들이 닫히지 못하게 하리라
2 내가 너보다 앞서 가서 험한 곳을 평탄하게 하며 놋문을 쳐서 부수며 쇠빗장을 꺾고
3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 네 이름을 부르는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을 네가 알게 하리라
4 내가 나의 종 야곱, 나의 택한 자 이스라엘 곧 너를 위하여 네 이름을 불러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네게 칭호를 주었노라

““나 주가 기름 부어 세운 고레스에게 말한다. 내가 너의 오른손을 굳게 잡아, 열방을 네 앞에 굴복시키고, 왕들의 허리띠를 풀어 놓겠다. 네가 가는 곳마다 한 번 열린 성문은 닫히지 않게 하겠다. 고레스는 들어라! 내가 너보다 앞서 가서 산들을 평지로 만들고, 놋쇠 성문을 부수며, 쇠빗장을 부러뜨리겠다. 안보이는 곳에 간직된 보화와 감추어 둔 보물을 너에게 주겠다. 그 때에 너는, 내가 주인 줄을 알게 될 것이고,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너를 지명하여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부른 것은, 나의 종 야곱, 내가 택한 이스라엘을 도우려고 함이었다. 네가 비록 나를 알지 못하였으나, 내가 너에게 영예로운 이름을 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주다. 나 밖에 다른 이가 없다. 나 밖에 다른 신은 없다. 네가 비록 나를 알지 못하였으나, 나는 너에게 필요한 능력을 주겠다. 그렇게 해서, 해가 뜨는 곳에서나, 해가 지는 곳에서나, 나 밖에 다른 신이 없음을 사람들이 알게 하겠다. 나는 주다. 나 밖에는 다른 이가 없다. 나는 빛도 만들고 어둠도 창조하며, 평안도 주고 재앙도 일으킨다. 나 주가 이 모든 일을 한다.””
‭‭이사야서‬ ‭45‬:‭1‬-‭7‬ ‭새번역성경

1절의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표현은 바로 메시아이신 예수께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고레스는 페르시아(바사, 지금의 이란)의 왕입니다. 4절을 보면 고레스는 아예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는 자였습니다. 그런 그의 앞길을 열어주고 복을 주었으며, 이스라엘을 위해 그를 택하였다고 하십니다 . 심지어 메시아와 같은 격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사야서의 45장 근처에는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나 최덕성원장이 읽는다면 ‘이건 성경이 아니야’라고 주장하고 싶을 만한 말씀이 여기저기 등장합니다.

흔히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을 비난할 때 ‘한손에는 칼을 한손에는 코란을 들었다’고 표현합니다. 이 말 역시 쌍방통행이 아닌 일방통행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문구입니다. 똑 같은 주장을 그리스도인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복음전도가 ‘믿을래, 죽을래?’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는 반응이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철저히 쌍방통행입니다. 물론 WCC가 항상 옳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잘못도 있겠지요.


웨스트민스터 요리문답의 첫 질문은 사람의 첫째 되는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하나님을 위해 존재한다는 고백입니다. 이 고백이야말로 자신의 안위와 성공과 풍요를 위해 존재하는 다른 많은 이방신들과 야훼 하나님을 구분하는 너무나 명확한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기독교인 가운데에는 여전히 하나님을 자기들을 위해 존재하는 독점소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2542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