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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사회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횡설수설

우리사회의 신비한 힘, 국방의 의무

우리에게는 정말 신비한 힘이 하나 있다. 그 힘은 인간의 가장 존엄한 권리라는 ‘양심의 자유’를 능가한다. 그래서 보통은 그냥 부르지 못하고 ‘신성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한다. 그 것은 가끔 이상한 곳에서도 힘을 발휘해 나는 종종 ‘위대한 지도자 수령 동지’라는 말과 구분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한다. 덕분에 어떤 사람은 두 번씩이나 다된 밥에 재를 뿌린 적도 있다. 자신의 것도 아닌 아들의 것 때문에 말이다. 이름 하여 ‘국방의 의무’.

양심의 자유는 불가능한 것일까?

전쟁과 살인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 죄라고 가르치며 무조건 감옥에 가두는 나라가 있다. 어느 통계를 보니 세계에서 병역기피로 인한 수감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그럼 가장 비양심적인 국가가 되나? 혼란스럽다. 왜 우리에겐 양심의 자유에 따라 총을 들지 않을 권리가 박탈된 것일까?

우리 사회의 거대 잠수함, 대체복무제

최근 한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세상이 시끄럽다. 이번 기회에 대체복무제를 입법화하겠다는 사람들로부터 이 땅이 금방이라도 공산화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수구에서 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반응이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모두들 군대가기를 기피할까? 여기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동안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들은 대게 부자나 권력자들이었다. 그래서 대체복무제는 당연히 그들을 위한 특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양심에 따라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군복무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소방관으로 근무하게 한다면 어떨까? 양심에 따라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라고 말이다. 물론 소록도에 가서 생색내기 몇 달 한 뒤에 대통령 낙선했다고 슬그머니 발 빼는 그런 짓 안 통하게 말이다.

아직도 소총수가 가장 중요한 군사력이라구요?

그런데 이런 논쟁에서 가장 골 때리는 이야기는 모두 군 입대를 기피하여 군인 자원이 부족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먼저 그분들께 큰 절을 올리며 감사드린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전쟁과 살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인정해 주는데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군대는 이미 비정상적으로 비대하다. 하루 빨리 군인의 수를 줄이고 현대전에 맞는 전투력으로 변신해야만 한다. 미군이 막강한 것은 군사력 때문이 아니라 현대화된 장비 때문이다.
지난 번 일본의 미치광이들이 독도 상륙을 시도한다고 했을 때 나는 아찔했다. 혹시라도 그들이 현대화된 구축함을 앞세우고 상륙작전을 감행한다면 어찌될까? 아무리 많은 군함과 수병을 가지고 있더라도, 잠시 해상시위 정도는 하겠지만, 전투 시작과 더불어 금새 우리는 항복할 수밖에 없다. 전투력은 군인의 수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가뜩이나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힘의 우위가 곧 진실이다’라는 주장이 세를 얻는 마당에 일본마저 ‘그깐 짓...’ 하고 저질러 버리면 어찌할 것이냔 말이다?

군인에게는 인권도 없냐?

군인 수만 많이 만들어 놓으니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국방예산의 많은 부분을 군인들을 먹이고 입히는 데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막강한 국방력’이란다. 머리 속엔 오직 소총수들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북한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은 생각하지 못하는가?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똑똑하게 외교를 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 알아서 기어줄 줄 아나보다.
게다가 더 기막힌 것은 재해만 나면 군인들을 풀어서 노동을 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군이 보유하고 있는 좋은 기술, 장비, 인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국민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때도 역시 막강한 군사력(이때는 노동력이 맞나?)만 주로 동원된다. 월급은 겨우 몇 만원 주면서 말이다.

제발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한번 둘러보시죠?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애써 보지 않은 자는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도 싸우지 않는다. 전쟁을 반대하고 살인을 거부하는 자들을 억지로 군대에 보내면 그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훌륭한 전투요원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감옥에 넣었다가 수년 후에 내 보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면 우리 사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까? 도대체 모두다 군대에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처벌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걸까?

양심을 지키겠다는 자 지키게 하라. 그러나 반드시 국방의 의무를 초과하는 양심과 생명의 일을 그들에게 부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