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 꼬라지/정치

4대강과 이명박, 삽교천과 박정희

얼마전 이명박이 유엔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에서 4대강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심각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자기 나라 현실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던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거짓을 말한 셈입니다.


여기저기 올라와 있는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보니 연설 내용 중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2백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30년도 더된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박정희가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서 했던 1979년 10월 26일의 연설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83년 말 경에 가면 우리 나라의 모든 농촌이 가뭄과 홍수의 걱정을 모르는 전천후 농토로 탈바꿈하게 될  것"


내가 이연설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사적으로 경험한 한 가지 일 때문입니다. 나는 그날 저녁 매우 복잡한 심경(아마 내 인생에 가장 심한 방황기였을 것입니다)으로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속에 있었고, 그때 이 연설 내용이 담긴 삽교천방조제 준공소식을 뉴스로 듣고 있었습니다.


뉴스를 들으며 내가 생각한 것은 어찌 인간이 저렇게 무모하도록 오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비를 내리고 안내리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있는 일인데(비기독교인들이라면 그냥 자연현상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인간의 작은 방조제 하나에서 시작된 수리사업으로 몇 년만에 전국을 가뭄과 홍수 걱정을 모르는 전천후농토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그는 그날 저녁 자기 심복인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후, 이명박이 똑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스스로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말한 교회장로라던 그가 말입니다. 왜 이다지도 무모하고 신앙심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겸손하게 귀를 열고 듣고 배우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