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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Yellowstone여행

옐로우스톤 여행 1-밴쿠버에서 보이시까지 Trip to Yellowstone 1: From Vancouver To Boise

올 한해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사실 성경을 읽으면서 조용히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이 늘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쉰다고 하는 여행이 사실 육체적으로는 더욱 피곤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북미에 살 기회가 생긴다면 해봐야 한다고 추천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여행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측면에서 보면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이 가지는 장점이 많습니다만, 내가 스스로 여행계획을 세우고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여행은 또 다른 장점을 가집니다. 


내가 올해 밴쿠버에서 살게 되면서 해보고 싶었던 자동차여행 코스는 캐나디안 록키였습니다만, 한국에서 아이들이 오면 같이 하기로 약속한 터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아이다호주의 보이시에 사는 친구와 의기투합이 되어 미국의 서부에서 중서부를 지나는 긴 여행을 해보려고 계획 세웠습니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서 친구 가족은 여행사 패키지 여행을 떠나고 우리는 옐로우스톤만을 목적지로 삼아 6박 7일의 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볼일이 끝난 뒤에 출발했기 때문에 보이시까지 1000킬로가 넘는 길을 하루에 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구가족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이시에 도착해야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하루만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통 하루에 운전하기 적당한 거리는 800킬로쯤 된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미국 서해안 시애틀 쪽으로 고속도로 I-5를 타고 달리면 국경가까운 벨링햄을 벗어날 때 잠시 산과 숲을 보고는 계속 평지를 달리게 됩니다. 시애틀 북쪽의 에버릿에서 시애틀을 우회하는 I-405로 갈아탄 뒤 다시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잇는 I-90으로 옮겨 타면 계속 동쪽을 향해 끊없는 고속도로가 이어집니다. 


이길을 타고 잠시 달리니까 갑자기 눈앞에 웅장한 산이 숲과 기암괴석을 함께 보여주며 나타납니다.(윗 사진)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내가 사는 랭리(Langley)나 써리(Surrey)에서도 보이는 베이커산(mount Baker)이나 시애틀의 명물 레이니어산(Mount Rainier)를 한쪽 귀퉁이에 품고 있는 캐스케이드 레인지(Cascade Range) 입니다. 



산길을 잠시 달리고 나니  정상(summit)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윗 사진) 그리고 이 정상을 넘어 가자 눈에 나타난 풍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프레어리(prairie)이지만 사실 약간의 덤불(bush)만 자라고 있는 사막입니다. 어렸을 적에 서부극에서 종종 보았던 그런 사막의 모습이었습니다.(아래 사진)





사막을 달리면서 두 가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다음 사진에서 보듯이 산은 완전히 사막인데, 그 산을 넘으면 다시 분지가 나오고 그 분지에는 호수나 강이 흐르고 있어서 나무와 함께 작은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호수는 오아시스쯤 될텐데, 강물이 흐른다는 것은 좀 이외였습니다. 강물은 조금 전 지나온 캐스케이드에 내린 빗물이나 멀리 미국 록키에 쌓인 눈이 녹아 내린 물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자연은 늘 경외롭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감탄입니다만, 사막을 통과하는 내내 곳곳에서 풍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막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고 그 바람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지요.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겠지요?



I-90을 달리다 엘렌스버그(Ellensburg)를 지나 I-82로 갈아탄 뒤 다시 I-84를 만나고 이 고속도로는 펜들턴(Pendleton)을 지나 곧장 보이시로 들어갑니다. 이 여정은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출발하여 미국의 워싱턴주, 오레건주를 지나 아이다호주에 도착합니다.


이런 사막길을 여행하는 데는 자동차의 에어콘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가 사는 밴쿠버는 여름에도 에어콘이 거의 필요없는 곳이라 용량이 작아 에어콘을 켜면 처음 20분 정도는 찬바람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더운 바람을 휙휙 내뿜습니다. 결국 내내 창문을 열고 사막을 달렸지요. 코가 건조해지면서 코가 막혀 여러 차례 코를 청소해야 했습니다(^^). 


동영상은 셀라 절벽(Selah Cliff)에서 바람에 날리는 부시를 찍은 것입니다. 어릴적에 보았던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아들이 서부영화의 장면처럼 덤불 뒤에 숨는 장난을 칩니다.(아래 사진)





1008킬로를 하룻 동안 그것도 거의 정오에 출발해서 가는 길이라 밤 늦도록 계속 운전했습니다. 물론 이제 다 자란 막내 아들이 주로 운전한 덕분에 어렵지 않은 길이었지요. 그런데 사막 길을 밤에 운전하는 것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우선 에어콘이 없이도 덥지 않았고, 무엇보다 밤 하늘에 쏟아질 듯 가득한 별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별을 벗 삼아 달려 결국 자정을 두 시간이나 넘긴 뒤에 비로소 보이시의 친구집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