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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꼬라지

새만금과 두바이 신기루

이 정부는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막가파식으로 밀어 붙일 게 뻔합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이전 사업으로 전북에 할당한 핵심 기관이었던 토공이 전북으로 이전할지 불투명해 진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전북은 새만금 하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 왔습니다. 따라서 새만금이 잘못되면 전북은 글자그대로 아무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새만금사업이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그렇다 해도 전북도민의 희망대로 새만금이 전북의 미래를 밝혀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분명히 할 게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기초한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만금 사업을 두바이에 비유하여 한국의 두바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우려해왔습니다. 두바이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에도 무너져 내릴 허상일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 후보초청 TV토론회에 나갔던 나는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던 현 대통령에게 두바이에 대해 물었으나 사실상 아는 게 없는 것을 보고 속으로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자리에서 몇 사람에게 새만금이 완공되었다는 소식보다 두바이가 부도 위기에 몰려있다는 소식을 더 먼저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2월 11일자 뉴욕타임스는 두바이의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자 외국인의 탈출 러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합니다. 두바이 인구가 140만이 조금 못되는데 이중 90%가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업자들은 취업비자가 취소되고 비자취소 후 1개월 내에 출국해야 하는데, 하루 1,500명 정도씩 비자가 취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급히 버리고 간 승용차가 두바이 공항에 3,000대 이상 버려져 있다고 상징적으로 전합니다.

사실 이런 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이라는 7개 부족의 연맹국가를 구성하는 한 자치국가인 두바이는 원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원유로 막대한 돈을 번 같은 동맹의 아부다비와 해외에서 돈을 가져다가 지역 허브 공항을 짓고, 이를 발판으로 금융, 관광, 부동산 중심으로 경제를 세웠습니다. 그 덕분에 지난 몇 년 동안 마치 남의 돈으로 경제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영리한 부족인 것처럼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경제시스템은 부동산 개발을 위해 돈을 끌어 오고 그 돈으로 외국인 엔지니어를 고용하여 인구를 늘리고 이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소비를 함으로써 다시 경제를 순환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이 자체 생산이 없기 때문에 외국의 갑부들이 이곳에 와서 돈을 흥청망청 써주지 않으면 이 순환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시작되자 이 약점을 잘 아는 아부다비가 돈의 공급을 중단하고 해외자금을 빌리는 것도 여의치 않자 이제 반대 방향으로 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실업이 늘고, 주택부금(모기지 론)을 못 갚고 도망가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소비는 줄어 다시 경제가 악화되는 역순환은 결국 두바이를 붕괴시킬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부동산가격이 불과 2-3개월 만에 30% 이상 하락하였고 고급 중고승용차 가격이 40% 하락했다고 전합니다. 두바이의 상징, 인공섬이 가라앉고 있다는 흉흉한 소식도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두바이 정부는 새 미디어법을 통해 두바이의 명성이나 경제에 해를 끼치는 행위에 최고 4억원 가량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이 법이 당장은 효과를 거두겠지요.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결국 두바이의 신기루가 걷히면, 그 동안 애써 건설한 부동산들은 헐값에 아부다비나 외국에 팔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두바이의 기적은 경제 성장의 기적이 아니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헐값으로 팔린 나라라는 면에서 기적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공무원들이 부디 냉철한 분석을 거듭하시기를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이 땅의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이성을 잃은 광란의 질주자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