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곳을 산책하면서 흥미로운 나무의자를 발견했습니다. 사진에 있는 것처럼 그냥 평범한 공원의자인데, 자세히 보면 조그만 명패처럼 생긴 글귀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념하는 글귀이지요. 2000년에 돌아가신분인 모양인데, 그분이 물을 좋아하셨나 봅니다. 그래서 가까운 분들이 의자를 공원에 만들어 기증하고 고인에게 그 의자에서 물을 즐기라고 써 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의자가 있는 자리가 아주 좋은 명당자리입니다. 멀리 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 사진은 바로 그 의자에 앉아서 정면을 찍은 것입니다. 떠나 보낸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자리에 의자를 두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신 분이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의자에 앉아서 경치를 즐길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우리 문화는 기념할 만한 일이 있으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모아서 잔치를 합니다. 생각의 범위가 나로부터 동심원이 그려지지요. 그래서 가까운 순서대로 사람을 모아서 먹고 마시는데 돈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지요. 가끔 부자들이 죄를 지어놓고선 마치 선심쓰듯 몇푼 기부하고는 은근슬쩍 죄를 탕감받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기부문화는 아직도 갈길이 먼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활 속에서 기부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부모, 형제, 자녀의 기쁨을 공적인 기부로 기념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 작은 변화를 지금 나와 우리로부터 만들어 간다면 좋겠습니다. 혹시 자신은 기부도 안하면서 남들이 공적인 기부로 기념하면, 자랑질한다고 뒤에서 손가락질이나 하는 질투쟁이는 없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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