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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사회

곽노현 교육감을 비난하는 분들께


요즘 곽교육감이 세간의 도마 위에 있는 모양입니다. 나는 그분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저 그동안 그분이 해온 일을 신문을 통해 알고 있을 뿐이지요. 특히 서울시 교육감이 되기 전과 이후에 하신 일들을 압니다. 그전에는 그런 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2억원 사건으로 다시 그분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박재동화백이 그랬던 것처럼 같이 돌맞을 생각으로 이글을 씁니다(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94937.html).

우선 그분은 법학자로서 문제가 될 일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변호사와는 다르지요. 많은 변호사들은 돈을 위해 법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법학자는 법정신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해온 일들을 볼 때 그렇게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검찰과 일부 언론들이 자꾸 피의사실을 흘리고 확대 재생산하는 것을 보면 수구집단의 집단 이지메라는 의심이 듭니다. 검찰이 정말 자신 있다면 조용히 수사하고 처리한 후 발표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곽교육감과 관련하여 무상급식 문제로 오세훈시장이 물러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나아가야 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입니다.

내가 이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며칠 전 한 시사평론가의 글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진보 교육감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거론하며 법적으로 문제 없어도 사퇴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곽교육감의 해명대로라면 오히려 도덕적으로 칭친을 받아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내가 지금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는 성구를 인용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나마도 언제나 죄많은 보수인사를 비호하기 위해서만 사용된 경구여서 별로 고민해볼 가치도 없지만 말입니다.

나는 소위 자칭 진보라는 우리들의 결벽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결벽증이라는 게(나도 젊어서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만) 종종 큰일을 그르칩니다.
 
노무현정부 초기 남북관계가 그러했지요. 김대중정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 들은 비용을 보수진영이 특검하자고 했을 때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큰 역사적 과업 앞에 그 비용을 특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했어야 할 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며 덥썩 수용하였지요. 그 결과는 자신이 임기말에 방북하며 관계를 정상화할 때까지 정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MB정부가 남북관계를 완전히 5공수준으로 회귀시킬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법성 여부보다 도덕성을 거론하며 압박하여 사퇴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더 좋은 청렴한 새 교육감이 선출될까요? 아닙니다. 그 이전 교육감보다 더 황당한 교육파괴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 이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혀져도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이미 MB정부 초기에 정연주 KBS 전 사장의 사건으로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지금 KBS가 저 모양으로 박살난 직접적인 사건 아닙니까? 우리는 얼마나 더 짓밟히고 깨져야 이 허울 뿐인 결벽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수도승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