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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자동차 굴러굴러

미국의 IRA법(전기차관련 규제)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이 인플레감축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서는 사실상 무역장벽을 높게 쌓아올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미국은 더 이상 자유무역을 추구하지도, 자유시장국가라고도 우길 수 없게 되었다(여전히 이렇게 믿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 나라뿐인듯 하다). 여기에 한국산 전기차들이 규제치를 통과하지 못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들 우와좌왕하고 있다. 그래서 이법은 중국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법이다. 중국산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기에는 원가경쟁력은 높아도 제품경쟁력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아직 전기차 시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 법의 성공여부는 5년쯤 뒤에나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첫째는 과거 경험이 그렇다고 말한다. 미국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일본 자동차기업의 미국 수출이 계속 증가하자, 두 가지 조치를 취해서 이를 억제하려고 했다. 하나는 '자동차수출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일본기업들에게 강제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게 했다. 두번째는 일본 엔화의 가치를 폭등시켜서('플라자합의') 일본 메이커들이 미국에 수출해서 돈을 벌 수가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그대로 있지 않았다.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 미국산 자동차로 판매했던 것이다. 혼다의 경우에는 미국내 생산이 일본내 생산을 초과할 정도였다. 기업은 유기체와 같아서 본능적으로 살길을 찾아낸다.
둘째는 원가 때문이다. 요즘 미국내에 전기차공장, 특히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는다는 뉴스가 많다. 기업들은 투자비용보다 운영이익에 관심이 크다. 보통 투자에는 다양한 보조금이 있고, 일단 투자한 다음에는 이것이 자산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결국 기업의 시장 경쟁력은 투자비용이 아닌 변동비용(운영수익)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미국은 투자 바람이 불어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보겠지만(1980년대에도 그랬다) 이 기회에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을 위한 보여주기가 될 뿐이다. 90년대 들어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점점 쪼그라들어, 지금은 후진국 사람들이 선망하는 브랜드일 뿐이다. 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보조금 덕분에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회생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정부가 영원히 보조금을 줄수는 없으므로 결국 원가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 정부의 바램과 달리, 포드와 테슬라는 중국의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과 배터리 합작회사를 미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셋째는 앞의 두 요인의 결합으로, 결국 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제품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 중국 배터리 관련기업들의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기업들 입장에서는 미중경제전쟁은 그것이고 자기들은 살아야한다는 절박감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이때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우회전략이다. 그 우회전략의 중간기착지로 한국이 적당하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유럽이 적당하다. 아무튼 적당한 우회경로를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두 가지 전략이다. 어차피 전기차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또 하나는 보조금을 받는 조건에 맞추지 못해도, 보조금을  받는 미국산 자동차만큼  싸게 만들면 된다. 이때의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제품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이런 야심적인 도전이 가능할 만큼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