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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자동차 굴러굴러

지엠은 정말 정신을 차린 걸까?

지엠은 정말 정신을 차린 걸까?

 

지엠이 쉐보레 스파크EV(전기자동차)를 이달 말 열리는 LA모터쇼에 출품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기자동차를 핑계로 미국 내 판매용 스파크를 미국 내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주장이 솔솔 들린다. 일단 나는 이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 내 생산을 위해서는 조립라인과 부품 조달을 위한 공급사슬(supply chain)을 재구축해야 하는데, 지엠에 그만한 자금 여유가 없을 뿐 아니라 스파크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수익성이 좋은 차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엠이 모든 제품라인을 재구축하는 중이라는 점도 자금 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오히려 EV도 한국에서 생산하여 미국에 판매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미 크루즈 생산을 독일의 부실 자회사인 오펠로 넘기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스파크 생산마저 미국으로 넘기면 당연히 지엠먹튀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점이다. 이건 쉽지 않은 결정인데, 오펠이 크루즈를 가져가서 회생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내 생각에는 3-4년 뒤부터는 오히려 한국지엠이 생산할 때보다 나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더 많다. 스파크 역시 미국 내 생산으로 상황이 나아진다는 기대는 아직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먹튀로 낙인찍힌 뒤 다시 한국으로 복귀해야 하는 아주 곤궁한 처지가 될 수 있다. 소형차의 보물인 한국에서 뒷문을 닫고 떠나는 멍청한 짓을 할 만큼 지엠 사정이 녹록치 않다.

 

지엠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이라면 한국은 여전히 경소형차의 거점으로 유지할 것이다. 신흥국시장에서는 현지 생산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고품질의 경소형차가 필요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여전히 한국이 최적의 개발 및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를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도 10-20년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미 중국은 세계 제일의 경제강국이 되어 현재와 같은 저임금국가에서 저 멀리 떠난 뒤가 된다.


앞서 다른 글(http://alafaya.tistory.com/299)에서 말했듯이 군산공장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지엠이 그정도로 정신을 차렸는가?이다. 혹시 아직도 '우리가 세계 최대야, 우리가 하면 다 되'라는 몽상에 머물러 있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부디 한국지엠과 지엠이 공생하는 길을 선택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