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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사진&생각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쓰는가
이 글은 조지 오웰(동물농장, 1984등의 저자)이 쓴 수필들을 모아 번역한 같은 제목의 수필집([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 pp.289~300)에 실린 글이다.

 

오웰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데는 네가지 동기가 있다고 한다.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으 후세를 위해 보존해 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지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설명하면서 덧붙인 마지막 말은 내가 몇년 전 한 유명한 문학평론가와 대화를 할 때 들었던 말, "순수문학이 아닌 문학은 문학이 아니라 쓰레기 선전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왔던 생각이기도 하다. 오웰은 이런 의식에 충실했던 것 같다. 그것은 다음 말들을 통해서 확인된다.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중략)...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p.297)"
"나는 영국에선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 수 있었던,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한 혐의르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다 알게 되었다. 그 사실에 분노하지 않았다면 나는 책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p.299)"

'정치적'이란 특정인을 지지하는가 여부가 아니라 당파성을 의미한다. 성경적인 의미로는 '하나님의 편들어 주심'이다. 
오웰은 이 글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끝내고 있다. 어쩌면 내 삶에서도 같은 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