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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신앙의 질문들

동성애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정말 관계가 있을까?

지난 1120일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청회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몸싸움 끝에 30분 만에 무산됐다. 이날 공청회장 난입은 모 목사가 주도했다는 SNS 글도 있었다. 또 그들이 그 자리에서 주장했다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 이들은 무늬만 기독교인이고 정치집단이라는 점을 쉽사리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들의 행동을 영웅시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동성애 문제는 많은 쟁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쟁점들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어서 새로운 논쟁을 시작할 능력이 없다. 다만 그리스도인(같은 의미이지만 한국 기독교의 타락에 몸서리쳐,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호칭을 스스로에게 적용시키지 않은지 제법 되었다)으로서 이 논쟁의 중심이 되어야 할 성경은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는가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그것은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이 단골로 써먹는 메뉴인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했다는 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정말 그 이야기는 성경에 기록된 사실일까?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심판으로 멸망한 사건은 창세기 18, 19장에 기록되어 있다. 아브라함은 세 사람을 만나는데 이들은 천사였다. 그들은 늙은 아내 사라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예언한 바로 그 천사들인데, 그들은 사실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소돔을 멸망시키러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구하기 위해 그 유명한 대화를 한다. 소돔에 의인이 단 열 명만 있어도 심판하지 않으시겠다는 대답을 끌어낸 그 대화 말이다. 그럼 도대체 왜 심판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창세기 1820-21절은 이렇게 기록한다.

 

18:20 여호와께서 또 이르시되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무거우니 18:21 내가 이제 내려가서 그 모든 행한 것이 과연 내게 들린 부르짖음과 같은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보고 알려 하노라

 

부르짖는다는 표현은 출애굽기에 등장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면서 부르짖었다고 한다. 하나님이 그 소리를 들으시고 모세에게 출애굽을 명령했던 것이다. 또 비슷한 표현으로 가인이 아벨을 쳐 죽인 후, “4:10 이르시되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르짖음을 동성애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의 호소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제 진짜 문제가 되는 19장으로 옮겨 가보자. 천사들은 성 입구에서 롯을 만나 그의 집으로 간다. 그런데 노소를 불문하고 남자들이 몰려와서 롯에게 그 천사들(18장에서 이들은 남자로 표현되어 있다)을 겁탈해야겠으니 내놓으라고 한다. 롯은 처녀인 딸들을 내어주겠으니 자기 집에 온 손님에게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 부분 때문에 소돔의 멸망이 동성애와 연관지어진다. 그러나 이 기록은 동성애가 초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극심한 성적타락(바울도 역시 그런 관점에서 말했었다)과 폭력(겁탈)이라는 인간성의 몰락을 보여주는 말씀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특히 18장의 부르짖음과 연결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말씀을 찾아보자. 에스겔 선지자는 유다에 내릴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하면서 또 다시 이 소돔을 언급한다. 에스겔서 16장이다. 에스겔 선지자는 유다가 심판받을 이유를 설명하는데, 힘없는 유다를 세워주신 분이 하나님인데 그 하나님을 배신하고 간음을 했다고 책망하는 말로 시작한다. 하나님이 주신 미모와 명성, 그리고 재물로 창녀 짓을 한다는 것이다.

 

간음의 내용은 이렇다. 첫째는 종교적 간통인데, 다른 종교를 들여와서 그 종교를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설명하는 말이 조금 독특하다. 그냥 이러 저러한 종교를 믿는다고 책망하지 않고, 바알이나 아세라와 같은 종교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글의 주제를 약간 벗어나지만, 이 말은 그 종교 자체가 아니라 그 종교의 행위가 하나님의 뜻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행위가 바로 남근숭배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성적타락(혼음)이다. 또 몰렉을 언급하는데 이것 역시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식을 제물로 바친다는 인신제사를 언급하고 있다. 종교의 극단적인 타락을 보여주는 것인데, 유다사람들이 바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해외의 강대국(이집트)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도 심판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소돔을 언급한다. 에스겔서 1649-50절이다.

 

16:49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16:50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

 

소돔이 심판을 받아야 했던 죄악은 동성애가 아니라, 교만하고 음식이 풍족하여 태평함이며,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거만하여 하나님의 눈에 벗어나는 가증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증하다는 말을 동성애로 좁혀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이미 창세기에서 읽었듯이 압제 속에 사는 고통과 성적 타락 전반, 그리고 폭력에 노출된 삶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공청회장을 난입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죄악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지금 우리의 배불러 교만해짐도 죄악이요, 가난한 자의 것을 빼앗는 정책과 주장이 난무하는데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그런 죄악에는 눈감고 동성애에 광분하는 모습이 어쩐지 그리스도인이 아닌 정치꾼을 보는 것 같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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