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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국가에서 선진국으로-브라질 룰라 대통령

연구와 신앙 바로세우기 작업 중에 틈틈히 시간을 내서 읽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다 읽지 못한 Bales와 Cornell이 쓴 Slavery Today의 제4장은 상징적인 노예국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현대 노예국가는 단연 일본입니다. 나 역시 읽으면서 깜짝 놀랐는데, 일본은 외국인 성노예(sex slavery)가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2만5천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가장 큰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습니다. 성산업을 오락산업(entertainment industry)로 분류하고, 성매매를 매우 제한적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성산업이 크게 번창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로 오락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만 필리핀에서 8만명,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4만명 그리고 남미에서 4만명 정도랍니다. 게다가 동남아 등에서 밀입국시킨 노예가 또 따로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첫째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집요하게 수사하여 처벌하기 때문에 다른 범죄율은 낮지만 성노예에 대해서는 0.1%만 해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종주의적 태도때문입니다. 일본인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가 문제가 되었을 때는 대대적으로 수사하여 이를 근절하고자 했지만, 같은 나이의 외국인 소녀 성노예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저자들이 소개한 브라질 사례 때문입니다. 룰라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브라질에 2만5천-5만명 정도의 노예가 밀림 속에서 나무를 베거나 숯을 만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게 전부이며, 14살에 노동을 시작했고 19살에 자동차공장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후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룰라가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획기적인 전환을 맞습니다.


노예근절을 외친 룰라는 노예주들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하여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정책을 추진했으며, 노예노동을 시키는 사람이나 기업은 어떤 종류의 정부 펀드나, 지원정책 혹은 신용공여를 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기동 노예색출대를 구성하고 이와 함께 기동법원을 두어 노예를 구출함과 동시에 재판을 통해 농장주들이 노예에게 정상 노임을 지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3년 말에는 노예주들의 반란이 있었고, 다음 해에는 해당 업무를 집행하던 3명의 공무원들이 피살되었습니다. 600여명의 지방 토호들 중 땅을 빼았긴 자는 전혀 없고 일부는 여전히 노예를 두기까지 한답니다. 이유는 토지몰수법이 위헌이라는 논쟁이 수년동안 결말이 나지 않아 법제화가 늦어지고 있어서랍니다.


(영국의 BBC방송이 룰라가 브라질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하는 기사를 냈군요) http://www.bbc.co.uk/news/world-latin-america-11458409


아무튼 대통령을 잘 뽑아 나라를 바꾼 브라질이 부럽기도하고 또 룰라 대통령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후안무치한 이웃 나라 일본의 모습과도 대조되어 과연 어느 나라가 선진국인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해 대선을 앞두고 과연 우리 국민은 그런 변화를 시작할 만큼 성숙한 국민인가? 하는 걱정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