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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포용성 성장 추구는 진정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

중국의 포용성 성장 추구는 진정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이행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가장 극적인 경제노선 변경을 천명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추구해왔던 선부론(일부를 먼저 부요하게 만들어 이를 나머지에게 전파한다) 중심의 고속성장정책을 중단하고 내수와 민생 위주의 포용성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0월 18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는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했다. 하나는 시진핑을 차기 지도자로 선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정책(12차 5개년계획)의 전환이다. 이날 5중전회 발표문에는 ‘국부에서 민부로, 성장에서 분배로,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산업 강국으로’ 나아간다는 미래전략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해도 국민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는 것을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경제정책변화의 배경

이러한 극적인 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아마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의 압력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패권국가의 자리를 중국에 내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해왔다. 그래서 군사적으로는 중국포위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위안화 가치절상(환율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환율압박을 통해 무역역조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중국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과거 수 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사용해왔던 달러화 발권을 늘려 달러가치를 낮추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인플레를 가속화해 결국에는 달러화의 기축통화역할이 약화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과거에도 일본과 환율전쟁을 했지만 일본의 자리를 한국이 대신하면서 다시 한국과 환율전쟁을 해야 했고, 한국의 환율인상은 또 다시 한국의 자리를 중국이 대신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중국이 환율을 미국이 원하는 만큼 인상하면 중국의 자리를 인도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과 한국이 그러했듯이 중국도 경제성장은 멈추고 빈부격차만 증가하여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의 범주에 들어온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서 중국은 환율인상이 서서히 이루어지면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위안화를 기축통화(국제결재나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화폐로 지금은 미국의 달러화)로 만들 수도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불균형성장은 중국붕괴의 뇌관

그런데 중국에서 빈부격차의 증가는 한국, 일본과 다른 핵폭탄의 뇌관이다. 수많은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티벳사태와 같은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사회경제적 불만이 언제 국가체제의 붕괴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중국 스스로도 우선 돈 벌기에 급급했던 시장경제도입(선부론)이 중국붕괴를 앞당기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위 10% 소득계층에 대한 상위 10%의 소득은 1988년 7.3배에서 2007년 23배로 급격히 벌어졌고 주로 빈곤층이 거주하는 주변부 소수민족지역에서 소요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균형성장은 다민족국가의 통일성을 유지시켜주던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파괴할 수밖에 없어서 분배에 눈을 돌려야만 할 때가 되었는데, 때 마침 미국의 환율압박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그런데 중국이 환율인상 압박에 대처하는 방법이 흥미롭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선언으로서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경제정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쟁의의 증가와 임금인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과거와 달리 노동쟁의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임금인상도 큰 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이미 수년전부터 세계의 공장이라는 정책이 변해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임금인상은 몇 가지 효과를 수반하게 된다.

 

노동쟁의의 증가와 임금인상의 효과

그동안 중국의 연안에 위치한 성들은 내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바로 인접한 내륙의 성에서 많은 노동자(농민공)들이 연안지역으로 유입되었다. 이는 소득격차와 인구밀도 증가의 원인이었고 나아가서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이었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서북공정이라는 이름의 정책으로 연안지역의 기업들이 내륙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동쟁의의 증가와 임금인상은 자연히 상대적으로 저임금지역인 연안인접 내륙지방으로 투자를 이동시킬 것이고, 그동안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들도 완화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환율인상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가 조금씩 내륙화 하는 효과와 더불어 정부는 주로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내륙에 대한 분배를 늘려 국가붕괴의 위험을 줄이려 할 것이다. 게다가 외국의 투자기업들은 임금인상으로 인해 저임금에 기초한 저가상품만을 생산하는 투자전략에서 서서히 고부가가치 상품의 생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첨단산업 강국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인구가 많아 전략적 선택이 가능해져

그런데 이런 모든 정책이 가능한 것은 바로 중국의 인구에 있다. 지금 중국에게 인구문제는 함정이 아니고 오히려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중국 자체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한 나라 안에서 첨단상품과 저가상품이 공존할 수 있으며, 비록 성장률은 크게 낮아지겠지만, 내수중심 성장정책이 수출정책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이런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국부에서 민부로’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이다.

이제 중국은 비로소 분배를 표면에 내세우는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있다. 성공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러나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선부론의 핵심세력인 상하이방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시진핑이 과연 후진타오의 이런 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과 오래된 산아제한 정책으로 빠른 속도로 노령화하고 있는 인구가 장래에 함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공산당은 소수민족 자치정책으로 가장 말썽 없는 다민족국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선부론 이후 소수민족 말살정책으로 의심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이 상황을 반전시키고 중국이 세계지도국가의 자질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아직 자신할 수 없다.

분배로의 전환은 분명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전환이다. 그러나 부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 물든 인민들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지금, 중국은 새로운 국가 가치관을 시험하는 대장정의 길에 오른 셈이다. (2010.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