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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경제

정부는 임대아파트 부도사태의 교사범, 지자체와 국민은행은 공범

군산주민의 10%가 고통 받는 임대아파트 부도 사태

지금 우리나라에는 3만호쯤 되는 부도난 임대아파트가 있고, 군산에만 8,200여 가구가 있다고 한다. 세대 당 3명으로 계산하면 군산주민의 10%쯤이 임대아파트의 부도로 고통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판교의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부도난 임대아파트 주민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서민을 죽이는 이런 사태의 배후에는 고의 부도도 마다하지 않는 사업자 외에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은행이 사실상 공동책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부도를 내고 있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90년대 후반에 건설된 것들이다. 외환위기(IMF)시절, 정부가 ‘내수진작과 신규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주택경기 활성화를 추진하고자 각종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부도난 임대아파트의 대부분은 건전한 임대 사업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일부 부도덕한 사업자가 일확천금을 꿈꾸고 추진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도 스스로 부도발생의 원인이 ‘영세업체가 무리한 대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임차입주자의 부족’, ‘은행의 부실한 대출심사’ 등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선 안 될 사업자’가 ‘시장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은행이 빌려주는 눈 먼 돈’으로 임대아파트 사업을 했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서민들의 임대보증금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고, 정부가 이 모든 사태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도난 임대아파트의 7.1%가 수도권, 6.5%가 광역시, 그리고 나머지 86.4%가 기타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주택수로는 40%에 불과한 지방에서 이렇게 많은 임대아파트가 부도난 것은 지자체가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뿐만 아니라 군산의 수송동영 임대아파트의 경우에서 드러나듯이 지자체와 국민은행은 의무를 게을리 하여 사태를 키웠다. 이 아파트는 1998년 9월 준공하였으나 두 달 이 채 되기 전인 1998년 11월에 부도를 냈다. 그리고 2000년 3월부터 화의 절차에 들어갔다. 만약 이 부도가 고의 부도였다면 즉각 조치를 취해서 입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했어야 한다. 그러나 화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자는 각종 세금 등을 내지 않아 부채 규모를 키워 입주민들의 피해를 불렸다. 지자체와 국민은행은 형식적인 공문 발송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물론 고의 부도가 아니었다 해도 국민은행의 대출심사가 엉터리였다는 의미가 되어 당연히 부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런데도 국민은행은 늘 그랬듯이 경매를 통해 자기들이 관리하는 국가기금을 100% 챙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몇 가지 바람직한 조치를 내 놓았다. 그러나 이런 조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조치 이후에 임대한 입주자들이다. 이미 전국을 눈물의 바다로 만들어 놓은 부도 사태에 대해서는 별로 쓸만한 게 없다. 부도 임대아파트는 평균감정가액(임대인, 임차인, 제3의 민간기구)을 기준으로, 이 감정가가 대출금과 임대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 클 때만 임대보증금 전액 보상을 조건으로 경매 혹은 분양전환을 개시해야 한다. 만약 감정가가 더 작을 때는 어떻게 해도 입주자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국가가 인수하여 임대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 기타 세금 등의 비용은 국가가 다른 방법으로 사업자에게 징구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는 그동안 여당과 참여정부가 사회양극화를 가장 크게 염려하고 있는 것처럼 말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지적했듯이 정부, 지자체, 국민은행 등이 책임질 몫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일시 중단된 경매가 오직 5.31 지방선거용이라는 세간의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런 대책이 완전히 마련될 때 까지 경매를 무기한 중단하는 조처를 먼저 취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새전북신문의 칼럼으로 동시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