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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큰세상:아내가 쓴 책이야기

열두 가지 소리의 아주 특별한 동화

열두 가지 소리의 아주 특별한 동화

강원희외 글, 전필식, 김옥재 그림, 파랑새어린이 출판

 

12가지 소리가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책 속에서 튀어 나온다. 이제는 듣기 어려운 뻔~뻔! 뻔디기, 둥~둥! 동동 구리무~, 뚫어요~ 뚜우울어! 그리고 아직도 가끔 우리들의 귀에 들려오는 찹쌀떡, 메밀묵 사려~까지 열두 가지 소리가 아우성친다.

이 이야기들의 시간적 배경은 1950년에서 1970년대라, 점점 잊혀져가는 삶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읽어 보시라고 권한다면, 아스라한 추억을 기억의 저편 속에서 꺼내서 책 속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시리라. 물론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 시절 이야기가 낡고 칙칙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의 사랑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따뜻한 미소를 띠게 한다.

옛날에 살았던 모습이 책 속 곳곳에 묻어 있어서 공부도 된다. 나 역시 ‘풀무의 노래’ 편에서는 풀무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활활 불을 일구어 거푸집에서 붉은 쇳물을 만들어 낸 다음 구멍 난 양은솥을 때우고, 날이 무디어진 낫이나 호미를 쇠메로 두들기면 날이 번쩍 세워진다. 음력 유월에 잡은 통통한 새우를 가지고 소금과 새우의 양을 잘 배합시켜서 완전한 새우젓이 될 때 까지 서늘하게 온도를 맞춰야 맛 좋은 육젓이 된다는 사실도 배웠고, 찹쌀떡은 방금 쪄낸 찹쌀을 절구지에 넣고 쿵쿵 절구질을 한 다음 꺼낸 찰떡을 떡판에 올려놓고 홍두깨로 민 다음 하나씩 뚝 떼어서 동글동글 빚은 후 단팥을 푹 떠 넣고 하얀 전분을 묻혀 낸다는 것도 알았다.

지나간 것들이나 지금은 몰라도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것들을 새삼스럽게 알아보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었던 것들과 그 안에 들어있는 애틋한 정을 느껴봤으면 해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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