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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21세기의 기독교인

종교와 미신의 구별 1

내게는 종교와 미신을 구별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주된 관심이 생명에 있는 것을 종교라고 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일, 생명의 가치를 존귀하게 여기는 믿음을 가진 것을 종교라고 본다는 것이지요. 이에 비해 돈과 명예, 권력을 구하는 것을 미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종교와 미신은 우리가 아는 이름의 종교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종교를 믿는다고 말 하는 각 개체(개인이나 집단)를 말하는 것이지요.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 가면 화장터가 있습니다. 오래전 일입니다만 제가 그곳에 갔을 때 인도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 기억력이 형편없어 숫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화장을 하는데 보통 장작이 120개 정도가 필요하답니다. 그 장작은 화장 일을 하는 사람들이 파는데 하나에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라더군요. 그러니까 화장을 하는데 120만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당시 인도에서 대졸자 월급이 3만 원 정도 했으니까 얼마나 큰 돈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은 평생을 이 장작 값을 마련하기 위해 산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구요? 힌두교에서 윤회는 고통이고 윤회를 끊고 해탈하기위해서는 갠지스강에서 화장하여 재를 강물에 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화장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글자 그대로 언덕 위의 하얀집에서 산답니다. 보통 언덕 하나를 소유하고 그곳에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서 종교와 미신이 갈라집니다. 만약 힌두교가 종교라면 가난한 사람들의 해탈을 위해 무료로 혹은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화장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것으로 부를 누리는 집단이 존재하면 그것은 미신이라는 것이지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말한다면 힌두교가 종교가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고 그 종교를 이용하여 부를 누리는 사람과 이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힌두교는 미신이라는 말입니다. 이 기준은 모든 종교집단에 적용됩니다. 우리나라에 많이 있었던 무당을 요즘은 문화로 보기도 합니다만, 종교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미신입니다. 굿이라는게 순간순간 정성이 부족하다며 돈을 요구합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어떤 종교든 제 관점으로 볼 때는 미신과 종교가 섞여 있습니다. 보통은 이 미신을 믿는 사람들 때문에 특정한 종교가 욕을 먹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말 많은 종교문제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불교는 종단권력 쟁취싸움이 그치질 않습니다. 교회는 목사 세습 등의 사건으로 시끄럽습니다. 이게 다 왜 그렇습니까? 그 소란스러운 사건 속의 인물들은 그 종교를 종교가 아닌 자신을 위한 미신으로 바꾸어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7.8.23.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