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라디오에 대한 반응
2월 10일 저녁 ~ 2월 11일 아침
사실 10일은 내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달식이 끝난 후 함께 간 푸른소와 아렌지 등이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맥주와 과자를 몇 봉지 사들고 들어와 축하해주었습니다. 다른 단체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DPNS 소속 사람들만 남아 있었는데 이들도 함께 둘러 앉아 내 생일을 빙자한(^^) 소박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내 평생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준 생일파티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나는 또 한 번 가슴 벅찬 말을 들었습니다. 21살이라는 카렌족의 한 아가씨에게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묻자, “유학을 다녀와서 난민캠프에서 마더 테레사 수녀처럼 사는 것이 꿈이다.”고 대답합니다. 사실 난 참 어리석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 아가씨에게 과연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과 이들은 문명세계가 돌봐 줘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아가씨는 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숙한 문명인이었습니다. 오직 돈과 권력만 설쳐대는 야만적인 세계에 갇히지 않고 가장 문명인다운 꿈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역시 피스라디오가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이들은 어제(9일) 저녁에 있었던 버마군부의 발표가 우리들의 피스라디오 캠페인에 꽃을 피워준 꼴이었습니다. 군부가 5월 국민투표를 통해 합법적 영구집권을 꾀하는데 민주진영에서 라디오를 이용한 홍보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더 많은 라디오를 시급하게 보내주길 희망한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다음 날인 11일 아침에는 전날 밤의 모임 때문에 그만 늦잠을 잤습니다. 사실 늦도록 잠들지 못하다 새벽에 잠이 들었고 결국 늦잠을 잔 것이지요. 그래서 아침에 있었던 피스라디오 캠페인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하나(RFA) 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린의 말에 따르면 3개 방송(BBC, RFA, DVB)이 모두 방송했다고 합니다. 방송은 버마어로 진행되었고 린이 번역해준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피스라디오 캠페인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DPNS, 이주노동자, 난민캠프, KNU, ABSDF 등이 참석했다. 이 라디오는 버마 사람들에게 특히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다. 라디오를 공급하는 이런 캠페인은 처음 있는 일이다. 캠페인을 한 사람들은 한국인들로 이들은 앞으로도 이런 캠페인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리고 태국에서 이 캠페인의 파트너 역할을 했던 사람들 몇 명의 인터뷰가 나갔습니다. RFA는 이런 방송을 두 번 내보냈습니다.
사실 이곳에 와서 우리들은 피스라디오 캠페인이 매우 적절한 때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캠페인이고 기존의 여러 자유버마 돕기 캠페인들과 차별되는 캠페인이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군부가 추진하는 국민투표 때문에 더욱 가치가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의 기대처럼 한 동안 계속 할 사업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이 점점 불경기의 늪으로 빠져들 조짐이고, 이번 캠페인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것도 힘들었던 터라 이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시민행동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문제로 후속 캠페인을 계속할 처지가 아니어서 우리가 귀국한 후에 캠페인을 정산하고 남은 자금을 2차로 보내주는데 그쳤습니다. 빚진 자의 심정으로 다음 캠페인을 기약합니다.
앞쪽이 이번 캠페인의 실무를 책임졌던 아렌지이고, 뒤가 바로 마더 테레사를 꿈꾸는 아가씨입니다.
(왼쪽 그림) New Era journal 이라는 자유버마 인터넷 신문에 실린 피스라디오 캠페인 관련 기사. 사진 속의 인터뷰하는 사람은 시민행동의 푸른소 (오른쪽 그림) Yoma3 News Service라는 역시 자유버마 인터넷신문에 실린 피스라디오 캠페인기사. 사진은 내가 HRDP의 간부에게 라디오를 전달하는 모습 (피스라디오캠페인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음)
'Free World! > 짧은여행 긴여운:자유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민사회에서 대안교육 (0) | 2012.06.21 |
---|---|
버마(미얀마)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0) | 2009.03.26 |
피스라디오 전달식 (0) | 2008.12.26 |
영치우노동자연합 (2) | 2008.11.26 |
모조신문사 (MoeJoe News Press) (3) | 2008.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