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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짧은여행 긴여운:자유버마

민꼬나잉의 한국방문을 보고 잠시 생각합니다.

민꼬나잉이 한국에 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버마의 88년민주화운동세대 학생지도자로 장기수였지요. 얼마전 BBC인터뷰기사를 보고 드디어 감옥에서 나왔구나 했는데, 지난해 출옥했답니다. 2009년인가요, 광주평화인권상 수상자로 뽑혔으나 버마 정부가 감옥에 가두어 두고 있어서 오지 못했던 적이 있지요.


태국으로 탈출한 버마민주화운동가들을 2008년 설날 무렵에 만나서 식사하고 있을 때 마침 군사정부가 민주적이라고 위장된, 내용은 우리의 유신헌법 수준의, 헌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잠깐 그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그들은 위장된 민주화라고 반발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역시 유신헌법을 거쳐 전두환체제를 거쳐 결국 민주화를 달성했다고 말하면서 자유투표는 아무튼 진보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취지로 기회를 살리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그들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후 다시 광주 국제평화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서 그들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버마를 탈출한 망명자들은 다시 돌아가 선거투쟁에 임하는 것이 좋겠고, 유엔 조직 하에 버마 민주화지원운동단체들이 중복되지 않고 체계적으로 민주화를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귀국하는 것이 좋다는 제 말에 그들은 버마 현실을 모른다고 비난하더군요. 사실 그들을 마음 아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섭섭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로 사과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헌법 개정 이후 국회의원을 뽑는 직접 선거를 위해 감옥에 있던 자들이 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 이슈가 함께 있었습니다. 마치 미국은 버마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나라이고 중국은 저국의 이익을 위해 버마의 민주화를 방해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인식이 꼭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었지요. 그러나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형식적인 수준의 립 서비스만 하고 있었고, 특히 중국은 세계 지도자를 꿈꾸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안면몰수하고 독재를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후 국제사회에서 실제로 이런 변화들이 나타났지요. 


결국 우리가 6월항쟁으로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일단 선거를 통한 민주화의 물꼬가 터지면 시간이 걸릴 뿐 이를 거스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 5-6년을 돌아볼 때 형식적 민주화가 얼마나 실체적 민주화에 접근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