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산업/자동차 굴러굴러

현대차 전주공장 사태 해결의 첫 단추

현대자동차 전주 중대형상용차공장이 지난 1년 가까이 지역뉴스는 물론이고 전국적인 화제꺼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추진해 온 주야2교대 근무체제를 놓고 노사가 서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대형상용차시장은 소수의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웨덴에는 승용차와 상용차를 생산하던 볼보, 승용차를 생산하는 사브, 그리고 한때 사브 계열로 상용차를 생산하는 스카니아가 있다. 그런데 볼보의 승용부문과 사브는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미국에 팔리고 말았으나 대형상용차를 생산하는 볼보상용차와 스카니아는 여전히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까지 수출할 뿐 아니라 시장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을 만큼 높은 수익을 자랑한다.


현대차는 최근 서울계동사옥과 울산공장에 노사전문위원회 사무실을 내고 활동을 개시했다. 노사전문위는 노사 양측이 추천한 각 5인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연구와 자문 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노사 양측 간부들로 이루어진 실무위원의 협조를 받아 현안 해결에도 나서게 된다. 이들은 노사간 신뢰구축을 통해 현재의 대결중심의 노사관계를 정책중심의 노사관계로 전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노조에는 생산성 향상을, 회사에는 고용안정을 유도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2005년 노사협의 때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구성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 방안이 노사 양측에 의해 원만히 수용될 때 비로소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공장의 핵심 논쟁은 주간연속2교대냐 아니면 주야2교대냐 하는 점이라고 한다. 사실 주간에 활동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이 야간에 노동을 하면 사고 위험이나 피로감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당연히 야간 근무를 기피한다. 이런 문제가 2005년 노동쟁의의 핵심 사안이었고 노사전문위원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따라서 노사전문위의 연구결과에 의한 합의가 나오기 전에 어차피 주간2교대로 갈 것이니까 처음부터 주간2교대로 시작하자는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반대로 이미 양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주야간2교대를 돌리자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에서 생산하겠다고 협박하는 회사나 이에 동조해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전라북도 및 일부 단체들의 처사 역시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품질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중국에서 생산하면 생산적체는 해결되겠지만 고수익성 사업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특별사면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상납한 경영자들은 사면되지만 노동쟁의과정에서 불법을 범한 노동자들은 사면 받지 못함으로써 노사가 법 앞에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는 결코 건너지 못할 선이 그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전주공장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노사전문위처럼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아니지만 입장이 분명한 중재자들이 타협을 중재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노동자들 앞에서 시위하는 것은 정면충돌을 조장하는 것일 뿐 사태해결 방법은 아니다. 노조 역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고립에 빠지게 되고 이는 과거로 회귀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