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입니다. 이 겨울, 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따뜻한 운동을 하면 열이 납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첫째는 다시 확연하게 지역구도를 보여주었다는 의견입니다. 노대통령이 호남사람이 아닌데도 이런 말이 나올 만하게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둘째는 노무현정부 심판론입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의견입니다. 지역에는 노무현을 심판하는데 왜 정동영이 당해야 하느냐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참여정부의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분이기는 아예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경제문제가 일찍부터 대선의 쟁점이 된 탓에 선거다운 선거를 하지도 않은 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소수지만 교묘하게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삼성비자금사건, 총기탈취사건,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등이 대선 자체를 재미없는 사건으로 전락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의견들이 옳고 그른지를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것은 소위 개혁세력이 민주화 이후의 역사를 개척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민주화 과정은 투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은 값진 것이었지요. 그러나 역사는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민주화라는 열매는 단맛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어야 했던 것이지요. 이미 오랫동안 많은 민주화 세력이 현실 정치에 참여했다가 실패했던 원인과 같은 바로 그것 말입니다.
참여정부를 만들었던 시민운동세력의 운동방향은 따뜻한 운동이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냉철한 정신과 뜨거운 가슴으로 몸부림치는 게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화를 완성하기 위한 정치운동 뿐 아니라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이웃의 아픔을 감싸 안으며 위로하고 사랑을 나누는 운동을 해야 했지 않은가 돌아보게 됩니다. 민주화운동이 권력을 쟁취하여 남을 공격하고 과실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물론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개혁세력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만 우리에게도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게다가 은근히 힘을 즐기려하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없었는지 반성할 일입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지금 따뜻한 운동으로 몸을 덥혀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글은 제가 편집을 책임지고 있는 시민의 도시 2008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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