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해 초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포스트 도요타를 말해왔다. 영원히 한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은 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도요타도 미래의 어느 날, 지엠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게 될 것이다. 지금 포스트 도요타를 생각한다면 VW, 혼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포스트 도요타 논의의 초점은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 아니고 그 자리에 오를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품질의 대명사였던 도요타가 최근에 겪은 경영위기의 본질은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지엠이 누적된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진한 틈에 갑자기 1위로 올라서는 과정에 내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도요타 자신은 오랜 세월 도요타시스템을 구축하며 준비해왔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지엠이 몰락하고 도요타가 이 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빨리 이루어지면서 ‘신중함’이라는 도요타 특유의 정신이 사라졌다. 물론 현대-기아차 그룹이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위기의식을 자극한 점도 신중함을 포기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본 내 종업원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점, 또 도요타생산방식이 급성장과정에 변질되고, 무리하게 해외에 이식하면서 현장피로감이 증폭된 점 등도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후지모토교수는 ‘복잡성의 문제’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글로벌경영’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즉 누구든 도요타 이후 자동차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다양한 차원에서 글로벌경영의 문제를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연구주제들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글로벌경영의 문제를 다른 각도로 말한다면 생산대수 600만대의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엠과 도요타, 포드가 모두 생산대수 기준으로 600~700만대의 장벽을 넘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대규모 합병으로 600만대의 벽을 넘었거나 넘기려 했던 르노-닛산, 다임러-크라이슬러 등도 2008년 미국발 부동산버블붕괴로 시작된 경제위기 때 500만대에 못 미치는 기업들에 비해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생산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글로벌경영을 한다는 것과 동의어이고 모두 글로벌경영에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따라서 생산대수 규모 600~700만대의 장벽이 과연 존재하는지 또 존재한다면 그 원인을 밝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연구해야만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기술지배력의 문제이다. 도요타는 90년경까지 모든 자동차기업들이 연구에 매달리던 전기자동차의 실용성에 의문을 품고 하이브리드에 주력하여 이 부분에서 기술지배력을 분명하게 확보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그룹은 어떤 종류의 차세대자동차에서 기술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과 유럽이 선도하는 하이브리드나 클린디젤에서는 추격자로서 제품의 품질로 경쟁하면 되지만 선도기업이 되려면 자신이 지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지배력은 정확한 예측과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생각 할 문제는 선진국시장의 정체 원인 규명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시장은 포화상태여서 정체상태에 있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적절한 모형을 개발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최근에 이것이 양극화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양극화경제성장의 추이를 살펴서 선진국시장의 수요를 적절히 예측하면 좀 더 합리적인 시장관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자동차기업들은 모두 양극화경제성장의 쇼크를 겪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수시장의 예측과 관리에도 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 다른 시장의 문제로 중국시장을 연구하는 일이 있다. 이미 시장 주도권은 미국과 일본 중심에서 중국 중심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다른 선진국처럼 U자형 성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주의가 가미되어 다른 성장궤도를 따를 것인지를 연구하며 준비해야 한다. VW은 모두가 중국에 들어가길 두려워할 때 과감하게 뛰어 들어 아직도 중국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시장처럼 앞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 또 없을까? 이런 관심은 현대-기아차의 시장 포지셔닝에도 중요한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아마 여기에 노동문제와 도요타 리콜사태의 원인과 해결과정을 연구하여 미리 대비하는 것 정도를 더하면 포스트 도요타를 위한 준비의 대부분이 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나라의 기업이 포스트 도요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연구는 그 기업이 스스로 모두 다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이 나라의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이런 문제들을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자동차경제 2010.7월호)
(사진: Toyota Lexus는 2009년 Saylor 일가족 사망사고의 어두운 기억을 씻고 다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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