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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헤더, 존 래플리 지음. 이성민 옮김
2024, 동아시아 펴냄

[저자들은 로마 시대와 이어서 근대 서구제국주의가 강국이었던 20세기의 마지막(1999년)까지의 역사를 통해 제국이 어떻게 등장하고 제국의 중심이 어떻게 이동해 왔는지 설명한다. 역사학자들의 책-특히 유발 하라리-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수백년을 넘나드는 동안 발생한 소수의 사건이나 현상을 엮어서 개념을 만들어내는데는 탁월하지만, 산만하다는 느낌과 팩트가 아닌 픽션을 읽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튼 저자들의 논지는 분명한데, 제국주의가 몰락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변부에 경제적인 부가 쌓이고 반대로 중심부는 다양한 위기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주변부를 어떻게 인식해야하는가에 대해 내부적인 정치 갈등이 발생하여 더욱 빨리 몰락한다. 로마제국시대에 북유럽과 페르시아가 그런 주변부였고, 지금 서구제국주의시대에는 중국이 그런 주변부일 것이다. 또 정치적 혼란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미국에서 반복되는 트럼프 집권이 상징적이다.]

로마제국주의와 서구제국주의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발전은 이탈리아 무역망에 엮인 북유럽의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또 이탈리아가 동방무역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것을 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신항로를 개척(결과적으로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기도 함)하여 발전했다. 결국 유럽경제의 중심은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외곽으로 이동하였다.

영국은 토지사유화(엔클로저 운동)를 허용하고 토지를 얻은 부자와 토지가 없는 값싼 노동자를 탄생시켜 산업혁명을 시작하게 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산업혁명을 통해 함대 구축 능력을 확보해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다. 미국은 영국에 면화를 공급했다. 독립 후 미국은 제조업을 자유시장에 맡기고 제조업 육성정책을 시행했다. 덕분에 영국은 미국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미국은 광대한 서부 개척을 이용하여 이민자를 받아 경제성장을 했으며, 19세기 말 이미 영국을 능가했다. 이상을 통해 볼 때, 노동력과 원자재 가용성에 따라 경제성장의 지역이 바뀌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제국은 정적인 실체, 즉 ‘사물’이 아니라 경제∙정치적 통합을 위한 역동적인 체계였다.

로마와 서구의 역사는 모두 명백하게 최대의 번영을 누리는 시점에 위기가 닥쳐왔고 두 체계 모두 경제∙정치적 지배력의 내부 진원지가 주기적인 변화를 겪었다. 두 제국은 지배력을 행사하며 주변 세계를 통해 부유해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 제국은 의도치 않게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던 전략∙지정학적인 맥락을 변화시켰고, 여기에 몰락의 뿌리가 놓여 있었다.

제국주의 체제에 편입된 양상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완전히 통합한 속주, 실질적으로 통합한 내부 주변부, 그리고 훨씬 덜 통합한 외부 주변부이다. 내부 주변부와 외부 주변부를 가르는 기준은 거리와 이동시간이다. 내부 주변부는 식민지는 아니지만 언제든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교역은 외부 주변부보다 많았다. 총생산과 소득 성장은 완전히 통합한 속주 > 실질적으로 통합한 내부 주변부 > 훨씬 덜 통합한 외부 주변부 순서였다. 주변부의 장기적인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광범위한 정치적 결과를 낳았다.

2차 대전 후, 공식적인 탈식민지화 과정은 서구 제국주의의 종말이라기보다는 서구 제국주의가 새롭고 매우 창의적인 형태로 재표현되는 것을 의미했다. 로마 제국 체제가 자신의 작동 때문에 생성된 더 강력한 연맹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작동방식을 조정해 여전히 궁극적인 통제를 행사했던 것처럼, 심지어 탈식민지화 속에서도 서구 제국 체제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옛 식민지 주변부 대부분을 계속해서 지배했다.

그 핵심은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전후 무역과 자본 흐름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서구 열강의 지속적인 지배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를 창설했다.
1)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으로 회원국들은 관세를 점진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세계가 대공황 시기의 폐쇄 경제로 돌아가는 것을 방지했다.
2) 회원국들이 매년 분담금을 내 세계적 비상기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P)의 창설.
3) 세계은행의 설립. 원래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의 재건을 위한 자금 지원이 목적이었으나, 전후 탈식민지화 과정에서 부상한 신생 국가들로 인해서 주변부의 자본주의 발전으로 관심을 돌렸다.
4)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완성한 것은 유엔(UN)이었다. 유엔은 연합군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제국의 새로운 중심지가 어디인지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뉴욕에 본부를 두었다. 근본적으로, 브레턴우즈는 세계 자원이 2차 대전 후에도 과거 제국주의 주변부에서 서구제국 중심지로 계속 이동하도록 세계 상업 질서를 제도화했다.

특히 GATT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보장했지만, 농산품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서구의 제조품은 주변부로 수출하지만, 주변부의 농산품은 서구로 수출하지 못하게 해 주변부의 성장을 막았다. 또 기축통화를 달러로 정함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은 뉴욕의 은행에 달러를 예치해야 했고 따라서 높은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진 미국은 낮은 이자율(결과적으로 낮은 인플레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에 보조금을 지급한 셈이었다.

복지서비스는 산업화를 통해 정부가 이용할 수 있게 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잉여 세입과 이를 관리하려 개발한 관료주의의 역량 증가로 가능했다. 이 특별한 체계는 저개발 국가에서 서구로 가는 부의 흐름을 바탕으로 건설되었으며, 그들이 서구 필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제공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세계화에 따라 탄생한 새로운 경제 질서는 주로 서구 사회 내의 특정 집단으로 가는 부의 흐름을 증가시키고 다른 많은 사람의 생계는 악화시켰다.

즉, 세계 경제 조직의 주요 승자와 패자가 이전처럼 다수의 패자가 정치적으로 안전한 거리인 해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같은 국경 내에 나란히 사는 상황이 생긴 것이었다. 가장 확실한 경제적 수혜자는 해외로 생산을 이전한 기업의 소유주와 주주였다. 그러나 이러한 이득은 저숙련 및 미숙련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얻은 것이었다.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직접 참여했던 부의 창출 과정이 해외로 옮겨지는 것을 바라봐야 했고, 실질 소득이 떨어지는 경제 환경에서 서비스 일자리를 놓고 점점 더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제국의 몰락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은,
1) 내부 주변부에서 농업생산성과 인구밀도의 증가
2) 페르시아의 정치 군사적 재편 -> 로마 세수의 75%를 군대 유지에 사용 -> 데나리온의 평가 절하 -> 초 인플레이션
3) 제국의 거대화는 통신 지연으로 내전 예방 곤란
로마는 5세기 야만족연합의 인정과 증세 문제에서 정치적 분열을 경험했다. 서구 제국주의는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집권(트럼프 1기 집권과 브렉시트는 모두 2016년에 발생)은 현대 서구의 세계 민족국가 개념에 실존적 위협이었다. 동시에 자본의 해외 이전으로 주변부 국가가 세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로마가 겪었던 것과 같은 미래(정치적 분열의 증가, 불안정성의 증가, 민주주의와 법과 인권 존중의 쇠퇴, 공공 서비스 약화, 생활 수준의 저하 등)가 서구에 닥칠 수 있다. 즉 서구는 여전히 풍부한 수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로마제국과 비교하면 두 가지 분명히 비슷한 현상이 있다. 1) 자체 구조가 작동해 주변부였던 곳에 강력한 새로운 세력이 나타났다. 2) 심각한 재정문제도 유사하다. 로마가 재식민지화로 수명을 연장했던 것처럼, 서구는 정부와 시민 모두 미래 수익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차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붕괴를 면하고 있다.

서구는 지금 어려운 조정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구적 맥락에서 이민의 역할에 대해 훨씬 더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구 서구 열강과 중요한 문화적, 제도적 유산을 공유하는 신흥 강대국과 새로운 연합을 구축할 실질적인 기회가 있다면, 그들을 훨씬 더 공감과 평등으로 대해야만 한다.(안타깝게도 트럼프 2기는 오히려 동맹국과의 연합을 파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기본소득,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 정책, 소득이 아닌 부에 더 무거운 세금(부유세) 부과, 노동법 강화로 고용안정성 신장, 조세 피난처의 조세 회피 단속이나 조세 차익 거래를 줄이는 국제조약(2021년에 법인세율 15%를 글로벌 최저세로 하자는 OECD의 요구에 130개 국가 서명), 탄소세 도입하고 이를 대중에게 배당하는 제도와 연계, 그리고 연금의 생존가능성 회복 등이다.

아무튼,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가 너무 심오하게 변화했기 때문에, 일부 지도자들은 다시 위대해질 수 있는 척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이명박 이래로 한국의 대통령이나 그 후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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