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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마가복음(Mark)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거부하는 예수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거부하는 예수


11 바리새인들이 나와서 예수를 힐난하며 그를 시험하여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을 구하거늘

12 예수께서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적을 구하느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세대에 표적을 주지 아니하리라 하시고

(마가복음 8:11-12)


이 이야기는 마가복음의 말씀이지만 마태복음에도 똑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와서 예수를 시험하며 요구하는 것이 바로 하늘로부터 오는 기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기록만 떼어놓고 읽으면 좀 이상합니다. 왜 기적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주께서 마음속 깊이 탄식했는지도 의문이고, 더군다나 가는 곳마다 죽은 자를 살리기도 하고 병든 자, 귀신들린 자를 고치기도 하시며 일상적으로 기적을 보여주셨던 주님이 도대체 무슨 뚱딴지 같이 기적을 보여주지 않으시겠다는 것일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그 앞에 기록된 이야기로부터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 바로 앞에 있었던 사건이 바로 오병이어와 비슷하게, 떡 일곱덩이로 4천명을 먹이신 일입니다. 주님의 말을 듣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3일이 되도록 흩어지지않자 주님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시면서 벌어진 일이지요. 즉 기적이 일어난 것인데 그 일이 있고 얼마후 바리새인들은 또 다시 기적을 요구했고, 주님은 기적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만약 떡 일곱개로 4천명을 먹인 일이 기적이라고 인정하면 이후에 벌어진 위에 인용한 마가복음의 대화는 전혀 성립할 수 없는 대화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뒤의 대화를 사실로 인정하면 반대로 앞에 있는 기적이 기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여기부터는 내가 이 의문을 해결한 답입니다. 바리새인들, 즉 그 시대의 권력자요 가진자들에게 가난한 자들이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은 전혀 기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일어나선 안될 악몽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기적은 오직 하늘의 군대가 내려와 로마를 쳐부수고 자기들이 명실공히 권력을 독점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기적은 자기들의 부가 하루 아침에 몇배로 뛰어 오르는, 그래서 더욱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이었겠지요. 


그런자들에겐 가난한 자들이 배불리 먹고도 일곱 광주리가 남은 일 따윈 절대로 기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리새인들은 여전히 기적을 요구하고 있고, 주님은 그들이 요구하는 기적따위는 보여주지 않겠다고 대답하신 것 아닐까요? 높은 경제성장을 부르짖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 나라도 본질적으로 바리새인의 기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