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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친환경자동차

친환경자동차는 어떤 자동차?

친환경자동차는 어떤 자동차?


연재를 시작하면서

몇 해 전 이라크전이 발발할 때를 전후해서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고, 이런 고유가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다시 고효율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조금 오른다 싶으면 의례적으로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금방 무슨 성과가 나타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지면에서 사라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소에너지 시대를 연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금방 배기가스 없이 물만 배출하는 수소자동차가 굴러다닐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자동차공학자가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구하면서 깨닫기는 자동차공학자들이 이런 연재물을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학자들은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특정한 분야가 있고, 정부가 발주하는 연구비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황우석 박사 사건을 통해 이를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과학은 객관적이지만 과학자는 객관적이지 않다. 물론 필자도 결코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필자에게는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보통 친환경자동차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세 가지 측면이 혼재되어 있다. 첫째는 공해배출이 적은 자동차라는 이미이고, 둘째는 친환경성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고갈이 예상되는 석유를 대체해 새로운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에너지가 아니라 차량의 재료가 되는 물질을 플라스틱이 아닌 천연소재에서 얻어 만든 자동차라는 의미이다.

이 연재물은 이런 세 가지 측면을 넘나들면서 친환경자동차라고 불리는 것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작동되는 과학적 원리를 깊이 있게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작동원리도 설명하겠지만 오히려 그 속에 숨긴 환경성과 경제성의 측면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의 다양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일반 독자들이 잊기 쉬운 세 번째 측면, 즉 환경오염이나 석유자원의 고갈이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소재(재료)에도 똑 같이 해당된다는 점도 설명하고 싶다.


엠파이어웰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까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동안 세계 에너지소비량은 30%나 증가했으며, 이대로 간다면 2000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에는 약 46%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 소비증가의 뒤에는 자동차의 석유소비 증가가 있다. 중국과 인도가 경제성장으로 자동차 보유대수를 늘리면서 에너지 소비증가를 주도하고 있는데, 문제는 자동차의 보유증가는 그대로 석유의 소비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태양광, 풍력 등을 사용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자동차연료는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이 만들어진 이후 여전히 석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석유는 쓸 수 있는 기한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최근 아직 쓸 수 있는 석유가 많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닥칠 것은 뻔한 일이다. 사실 석유 뿐 아니라 지하자원으로 캐낼 수 있는 연료들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어느 날 더 이상 캐낼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다. 보통 석유는 2040년, 우라늄과 천연가스는 2060년이면 고갈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한다. 석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의 발명이 20세기 기계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으며 동시에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는 자동차에서 연료 이상의 의미를 갖고 석유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동차산업도 존재할 수 없다.


사진1: 최초의 대형석유회사였던 Empire well 사는 하루 3000배럴씩 생산했다고 한다.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에서만 하루에 100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고 있어 2040년이면 고갈의 위기가 온다. 
(http://www.priweb.org/ed/pgws/history/pennsylvania/empire_well.html)

사진2: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 거의 유실되어 없어진 루이지애나 주 해안의 챈들러 섬은 카트리나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준다. 왼쪽이 카트리나가 덮치기 전의 사진이고 오른쪽 이 후의 사진이다. 반복되는 기상재해의 원인은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http://commons.wikimedia.org/wiki/Image:Chandeleur_L5_Oct2004Sep2005.jpg)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 남부 째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를 파괴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그런 기상이변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교토의정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고자하는 국제협약으로 클린턴대통령 시절의 미국은 이를 비준하기로 했으나, 부시대통령이 이를 철회해 절름발이 신세이다) 체제의 기본 정신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약 95%는 이산화탄소인데, 이산화탄소의 약 92%가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를 태우는 과정(수송부문과 난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자 가장 인기 있는 문명의 이기였던 자동차가 어느새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친환경자동차는 어떤 자동차?

따라서 친환경자동차라고 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현재 사용 중인 자동차에 비해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는 공해배출량이 줄어야 한다. 특히 현 단계에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는 화석연료처럼 한번 사용하면 재생산 되지 않는 자원이 아니라 재생산이 가능한 자원으로부터 얻어야 하며, 최소한 현재보다 연료 소비량이 크게 줄어야 한다.

한편 경제성의 문제도 중요하다.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비용이 사용하면서 얻는 수익보다 더 크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보편적으로 사용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성의 문제는 계속 다루어지겠지만 어느 것이 더 좋은 친환경자동차인가? 하는 측면의 기준이 아니라 친환경자동차를 사람들이 사용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속성이다.

아무튼 이러한 친환경자동차를 만들려는 노력은 벌써 10년 이상 계속되어 왔으며, 자동차회사들은 기존 내연기관을 개선하여 적은 양의 연료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고효율차량의 개발과 보급을 확대하고,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동력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글의 끝에 꼭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이라는 점이다. 미 연방정부는 오염방지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은 거의 1990년경부터 무공해자동차(zero emission vehicle, ZEV)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적인 목표를 의무화함으로써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는 자동차회사는 이 목표에 도달해야만 함)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