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대부분의 매체들이나 후보들은 모두 경제문제를 쟁점으로 삼았다. 일찍부터 경제문제가 쟁점이 됨에 따라 이번 선거를 역대 주요 선거 중에서 가장 흥미 없는 선거로 만들었다. 여기서 경제문제란 양극화로 빈부격차, 수출의 호황과 내수부진, 비정규직의 양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등으로 표현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된 것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자본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고 문제가 있을 때만 사후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영미계 신자유주의를 수용해 생긴 부작용이었다. 그러나 후보들은 저마다 경제성장률 몇 %라는 공약을 내걸기에 바빴다.
양극화의 원인은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
외환위기 당시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거의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함으로써 우량기업의 자본을 상당부분 외국자본이 잠식하였다. 이때 들어 온 외국자본의 대부분이 산업자본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일정한 수익을 올리고 다른 투기처를 찾아야 하는 금융자본이었다. 이들 자본들은 속성상 경영진에게 무조건 수익을 올리도록 압박을 넣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양극화의 원인이다.
이런 압박을 받으면 대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수익창출방안인 첫째, 정규직을 집단해고하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과 둘째, 하청업체를 압박하여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것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렇게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상품은 수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늘어난 수익의 일부는 대기업의 경우 강력한 노조를 바탕으로 임금 증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당부분 해외자본의 배당금이나 주식, 자산 등의 매각대금 형식으로 해외로 빠져나간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내 일부 자산가들도 금융소득을 누린다. 그러나 수출로 벌어들인 돈 중에 국내에 남는 양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 국내서는 돈이 돌지 않아 내수시장은 불경기에 빠진다. 비정규직 양산으로 소비가능인구가 감소한 것도 이를 거들었음은 물론이다. 소득격차는 부유층의 명품소비와 저소득층의 중국산 구매로 이어져 유통업의 수입은 급증하는데도 내수형 제조업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모순이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시기를 포함해도 여전히 세계 주요 경제국가 중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심각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경제문제가 경제성장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도입한 금융시장개방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 풀어 놓은 것을 다시 살펴봐야 해
이제 성장의 과실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정책은 단순히 복지정책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그 동안 외환위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확대된 금융시장개방을 다시 정부가 일정정도 개입하여 통제하는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의 경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는 외환위기가 극복되었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한미FTA를 통해 오히려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는 것이다. 양극화가 경제문제의 핵심인데 말로는 이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이를 심화시켜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새 정부가 대형 토목공사와 재정투자를 늘리면 일시적으로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이는 한국경제를 지금까지 그 고생하며 극복한 외환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부디 새 정부가 올바른 정책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이글은 열린전북 2008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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