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동안 비워 놓았던 아파트에 다시 들어오니 집이 엉망이다. 그런데 그 집을 수리하다 보니 애당초 아파트를 지을 때 노동자들이 아무런 윤리의식 없이 공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신자유주의를 경멸한다. 그것은 자본가에게 윤리는 없고 오직 그 힘을 사용하여 돈을 벌기만 하도록 조장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천박한 이념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윤리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놓아야하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비워둔 아파트에 다시 돌아왔다. 밤 늦게 집에 도착한 우리는 욕조가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급하게 난방만 하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살펴보니 지난 겨울 혹한에 심한 수축이 일어나 욕조가 실리콘 접착에서 분리되어 내려 앉아 있었다. 가까운 이웃이 살펴 보더니 업자를 불러서 전면적으로 교체공사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틈을 실리콘으로 메우고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 예상치 못한 일로 큰 지출을 하게 되어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전면공사를 할 수는 없고 결국 스스로 실리콘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간단한 수리를 즐기는 나로서는 별로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2월의 마지막 날 본격적으로 작업에 나섰다. 그런데 웬걸, 틈이 너무 커서 실리콘으로 메우기에는 턱도 없다. 결국 DIY용 시멘트를 사다가 작업을 했다. 그러다가 문제의 원인을 발견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금 추웠다고 사방의 다른 아파트들이 난방을 하고 있는데, 실외도 아니고 실내의 욕조가 그렇게 주저앉았을 때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첫째는 수평을 맞추는 과정에서 바닥을 고르게 하지 않고 적당히 윗면만 맞추었다. 아래면이 공고하게 받혀지지 않아서 아래로 지속적인 하중을 받고 있었고 그게 이번 겨울에 아래로 내려 앉은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실리콘이 분리되곤 해서 다시 시공해야 했는데 그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가 아니었다.
문제는 왜 시멘트 접착이 떨어졌는가이다. 시멘트를 재시공하려고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잘 살펴보니 욕조를 공급할 때 보호용으로 붙여 놓았던 비닐과 종이등을 제거하지 않은채 그대로 시공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시멘트가 욕조와 접착되지 않은체 빈틈을 채워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곳저곳 다른 곳을 살펴보니 욕조 뿐 아니라 여러 곳이 그런 식으로 보호용 비닐을 제거하지 않은채 시공되어 있다.
물론 이런 일은 하도급업자가 한 것일 게다. 그리고 하도급 단가가 너무 낮아서 시간을 단축하려고 혹은 무성의하게 공사한 것일 게다. 또 그렇게 발주를 했으니 감독자도 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을 게다. 온통 맞물려 돌아가는 부실의 순환고리이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다. 노동자는 자기 일에 책임감과 전문성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가를 욕하거나 하도급의 문제를 제기할 아무런 자격이 없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이 당한 착취의 일부를 결국 입주자에게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건설사와 하도급업자가 공범이 되어 입주자를 착취하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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