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페북에서 나누는 대화의 많은 내용은 성경을 읽으며 깨달은 내용을 공유하는 것들입니다. 물론 그 깨달음이 내 삶에 주는 의미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나도 다른 사람들의 글에 반응을 보이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 곳이나 글을 쓰고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누군지 비록 이름뿐이지만 대충 알고 지냅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 심리적 충격에 빠진 일부 페친들이 계속 대선 결과를 놓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나는 결과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게 진심입니다. 그러나 선거 이후 급박하게 벌어지는 일들(현대차가 비정규직을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공격했다거나 한진중공업이 슬그머니 김진숙씨의 농성으로 합의했던 내용을 뒤로 뒤집어 노동자를 자살에 이르게 하는 등) 때문에 많은 분들이 대선 결과를 놓고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이런 글들에 댓글을 달고 다닙니다. 전부터 종종 봐왔던 이름이라면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그냥 넘어갈 텐데, 안보이던 분들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아주 점잖게 하나님을, 혹은 신앙을 이야기 하면서 슬그머니 누구누구, 혹은 어떤 집단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빨갱이가 어떻고 종북좌파가 어떻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몇 가지 서로 연결되지 않는 단편적인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1. 이들이 진짜 그리스도인일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내말은 진짜 회심한 그리스도인이냐 아니냐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아니라 공작교육을 받고 나선 공작원 같다는 느낌입니다. 암튼 아주 차분하게 사람 속에 불을 지르고는 인사까지 하고 갑니다.
2. 그럼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의심됩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한풀이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선거운동의 일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그러나 이번 기회에 아예 노동운동이나 진보적인 사고는 물론 합리적인 보수까지 싹을 없애 버리자는 것입니다. 수구언론의 사설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공약은 공약일 뿐이다. 지킬 필요 없다’라고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사설들 말입니다. 스스로 내놓았던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한편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습니다.
암튼 그 진실이 어디에 있든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1. 우리를 멘붕에 빠트려 도무지 움직일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고통 속에서 이런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2. 우리 스스로 진보적 가치를 포기하고 진보 정치인들을 배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일부 정치 평론이나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더군요.
그런데 교회가 그렇게 저주해 마지않는 유물론적 가치관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은 대기업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는 물질 중심 사고방식이 글자 그대로 유물론이지요. 그런데 소위 그리스도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들이 정반대로 생명의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종북좌파라고 손가락질 하고 그들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그들이 진짜 그리스도인이라면 진짜 빨갱이라도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하물며 유물론자들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채 죽어가는 자들을 향해 비수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친히 주셔서 대속하신 구원을 돈으로 대체해 놓은 적그리스도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멘붕을 운운하지 맙시다. 두 눈 부릅뜨고 당선자가 공약을 어떻게 지키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현실은 현실입니다. 그리고 당선자를 위해 댓글 달기에 여념이 없으신 분들께 부탁합니다. 당신들이 정말 그리스도인이고 양심과 인정을 가진 진짜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당선자에게 지금 벌어지는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출 수 있도록 의지를 밝히라고 말씀하십시오. 지금 괴로워하는 이 사람들은 당신들이 건들이지 않아도 다시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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