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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꼬라지

자율형개방고에 대한 우려

군산고가 자율형개방고로 지정되는 것을 어떤 분들은 기대의 눈길로 또 어떤 분들은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군산고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입학안내 문건은 안타깝게도 그리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내용의 일부가 학원생 모집광고 전단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군산고등학교에 오면 매우 힘이 듭니다." "입학하여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마음을 준비하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문건의 전체 내용을 읽으면서 이 광고 문안을 작성하신 분이 혹시 입시학원의 광고를 카피한 게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이 두 문장은 광고문안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에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 말의 의미를 오직 입시를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운영할 테니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올 사람만 입학하라는 것으로 느꼈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학원의 광고라 해도 씁쓸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광고에는 '인성교육과 학력신장'에 치중한다고 했지만 나열한 내용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인성교육의 첫 번째(!) 항목이 "신입생은 입학과 함께 학부모 동의의 서약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합니다." 였습니다. 서약서 내용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그 앞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무조건 따르겠다는 서약서일 것입니다. 서약서를 내야 하는 사람도 학생이나 보호자가 아닌 학부모로 되어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우리 사회의 가정해체를 감안할 때 이는 사려 깊지 못한 것입니다.

"생활지도는 다른 학교에 비해 엄격하며 교문에서부터 동창회선배들이 지도합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혹시 '한번 xx는 영원한 xx이다' 라는 구호가 생각났습니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병폐를 만들어 내는 '패거리주의'를 조장하고 최악의 경우 폭력을 정당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 입학한 후 학력신장 교육과정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여야 하며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책임이란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입니다. 무조건 따르라고 하고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아실현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겠지요.

이외에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모든 문장들은 의욕과 세심하지 못함이 빚어낸 해프닝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광고를 보고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가 정말 제대로 된 부모일까요?

공교육을 사설 입시학원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군산고의 인재 유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이런 광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해프닝 수준의 일이라면 빨리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관련 단체들이 여러 차례 예상했던 '자율형개방고가 결국 공교육을 입시학원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정부는 이 제도를 크게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