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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핵핵거리는 에너지

일본 원전사고를 보며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발전

우리 국민들은 지진과 쓰나미에도 침착했던 일본 사람들이 원전사고에 심각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핵발전의 어둠을 목격하였다.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핵발전을 재고하겠다고 나섰는가 하면,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원전이 사고가 났다면 세계 어느 곳의 원전도 안전하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만큼 일본의 원전사고는 충격적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핵발전 확대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 나는 최근 한 민간연구소의 유력인사가 ‘선거제도 자체를 비합리적인 프로세스라고 비하하면서 핵발전이라는 합리적인 대안이 사장될 것을 우려한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흔히 옆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도 배우는 게 없는 사람을 가리켜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관 속에 들어가야 눈물을 흘릴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언제나 녹색성장으로 치장되어 있다. 그들이 녹생성장의 목표로 내세우는 화석연료의 감축과 오존층 파괴방지는 맞는 말이지만 그 귀결이라고 주장하는, 대안이 핵발전 뿐이라는 말은 사기이다. 지구상에는 매우 다양한 화석연료 대체수단이 있다. 그것도 핵발전에 비해 위험성이 거의 없는 수단들이다.

그 첫째는 당연히 에너지효율성 개선이다. 예를 들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가전제품에 대해 대기전력을 0으로 만들도록 강제하면 가정소비 전기의 20% 정도를 감축할 수 있다. 또 모든 국민들이 다 아는 것처럼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원은 무궁하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핵발전 뿐이라는 주장은 허구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방식에 대해 발전비용만을 따지며 비경제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하지만 여기에도 속임수가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사실상 폐기 비용이 들지 않지만 핵발전소의 경우에는 폐기비용을 추정조차 할 수 없다. 이는 발전소 자체의 폐기에 드는 비용뿐 아니라 원전폐기 후 안전관리비용도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원전사고의 핵심인 폭발사고는 원자로가 아닌 사용후핵연료 보관소에서 일어났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원전을 운영하면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원자로를 지어야만 안전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이런 식으로 마치 핵발전과 화석연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속인 후에 들고 나오는 주장은 피해의 부담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우리 후손들이 함께 지게 되지만 핵발전의 피해는 사고가 난다 해도 피해가 우리 세대에 국한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인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거짓이지만, 핵사고의 피해는 수세대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은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를 통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또 원전은 수명이 있지만 원전으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의 수명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한 전기의 뒷처리는 후손이 떠안게 된다. 그러니 화석연료보다 뚜렷이 더 나을 게 없다.

이쯤 되면 국민의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몰아붙이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 보자. 온실가스에 의한 피해가 전 지구적이고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는 점을 정말 인식하고 있는 지식인 또는 정부관리라면 국민이 반대하는 원전을 짓기 위해 국민과 싸우느라 돈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국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확대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말 원전건설 주장이 사심 없는 충정이라면 말이다. (201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