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反
십시일反
이 책은 열 명의 화가가 인권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여 그린 만화로 이루어졌다. 십시일반 이라함은 원래 한 술씩 떠 모은 밥이 한 그릇의 밥이 된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열명이 모여 만든 만화책 한권으로 온갖 차별과 맞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돌이키다’ 혹은 ‘뒤집다’의 뜻을 가진 한자 ‘反’을 사용한 듯하다.
십시일반은 크게 네 가지 소재를 가지고 짜여 있다. ‘한 칸의 현실’, ‘습관적인, 일상적인’, ‘편견과 오만’, ‘낯선 자화상’으로 열명의 작가가 모두 모여 서로의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목표도 확인하고 모자란 자료도 모았다고 한다. ‘여자라서’, ‘가난하다고’, ‘공부를 못한다고’, ‘외국인 노동자라고’, ‘학벌이 낮다고’ 등등 차별의 모습을 늘어보니 너무나 많다. 열 명의 만화가들이 예리한 문제의식과 따뜻한 마음으로 이러한 차별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눈 밝게 뜨고 그려 내었다. 그래서 한 컷의 그림이 길게 늘어 쓴 글보다 머리에 ‘콕’ 와 닿는다.
몇 가지만 소개 해 본다. 박재동 화백의 ‘삶의 무게’에서는 길거리에 군상 하나가 그려 있다. 크고 미끈하게 생긴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고 그 밑에는 여자가 그 남자를 이고 있다. 그 밑은 여자+가난한 사람, 그 밑은 여자+가난한 사람+외국인 노동자이다. 손문성 화백은 부의 세습을 ‘사회적 유전’에서 고발한다. 법관 아빠는 법관 아들을, 부자 아빠는 부자 아들을, 의사 아빠는 의사 아들을 그리고 청소부 아빠는 청소부 아들을 갖는다. 홍윤표 화백은 ‘석봉이네 집’에서 부엌바닥에 손가락으로 男女平等을 쓸 줄 아는 석봉이의 총명한 여동생을 소개하고 있다.
만화책을 보면 낄낄거리고 즐거워야 하건만 가슴을 누르는 뭉클한 ‘무엇’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에게 권해서 돌려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앙금처럼 가라앉아 깨닫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차별을 드러내서, 모두 억울하지 않게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판하고, 박재동, 손문상, 유승하, 이우일, 이희재, 장경섭, 조남준, 최호철, 홍승우, 홍윤표가 공동으로 쓰고 그림.